희대의 기업사냥꾼, 경남기업 ‘호시탐탐’
희대의 기업사냥꾼, 경남기업 ‘호시탐탐’
  • 김우일 대우M&A 대표
  • 호수 140
  • 승인 2015.05.0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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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경남기업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꽤 많다.[사진=뉴시스]
경남기업은 애초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다. 전두환 정권의 압력으로 대우그룹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고故 성완종 회장과 필자는 그래서 인연이 있다. 경남기업의 비화秘話를 더스쿠프를 통해 공개한다. 첫째편이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가슴으로 울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소식을 들은 이후다. 과거 대우그룹에 인수됐던 경남기업의 비화도 함께 떠올랐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필자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M&A 담당) 대리로 근무하던 1983년. 이제 막 돛을 올린 전두환 정권이 정치ㆍ사회ㆍ경제계를 쥐락펴락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기업이 그 어디에도 없을 정도였다.

그해 7월 외환은행을 통해 알루미늄 제조업체 경남금속의 인수제의가 들어왔다. 검토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부실규모가 워낙 큰데다, 알루미늄 새시를 만드는 회사라 대우그룹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청와대의 뜻이라며 한 기업을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경남금속의 모회사 ‘경남기업’이었다. 새끼를 내쳤는데, 어미까지 덩달아 살펴달라는 셈이었다.

경영관리팀은 현장실사를 통해 경남기업의 경영상태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결손은 총 4979억원에 달했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5조원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결손이었다. 특히 프랑스 파리로 전도금 명목으로 유출된 700억원의 가공자산은 미스터리였다. 아무래도 오너가 경영을 자기 입맛대로 했던 것 같았다. 그 오너는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기증한 인물이다.

필자는 회장에게 ‘인수거절’이라는 내용의 결재를 올렸다. 하지만 대우그룹 회장이라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순 없었을 게다. 필자가 알기에 대통령의 뜻은 이랬다. “어떤 부탁이든 들어줄 테니 무조건 인수하라.” 인수는 기정사실이었다. 얼마나 대우그룹에 득이 되는 인수조건을 제시하는 게 최선의 답이었다. 필자는 한국 최초로 ‘시드 머니(SEED MONEY)’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결손금 4979억원을 갚아나가기 위해선 2000억원의 무이자 ‘시드 머니’가 필요했고, 이것을 20년간 이용해 결손금을 상환하자는 거였다.

또한 가공자산에 따른 세무상 문제점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했다. 결국 대우그룹이 요청한 산업합리화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그 즉시 관련 은행에서 2000억원이 무이자 대출됐다. 이마저도 ‘동일인 대출한도’라는 은행법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시중은행 4곳에서 편법으로 분산대출했다. 산업합리화계획이라는 초법적 플랜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2000억원에 달하는 시드머니를 어떻게 운영해 결손액 4979억원을 없애느냐였다. 고민 끝에 건설보단 조선ㆍ무역ㆍ자동차 업종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 이들 계열사에 자금을 넣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후인 2000년 결손금 4979억원은 물론 시드머니 2000억원을 모두 갚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태어난 경남기업은 국내외 공사로 탄탄대로를 달렸고, 1997년 터진 외환위기 때도 별다른 위기를 겪지 않았다.

1999년 대우그룹이 구조조정 대책으로 가장 먼저 내놓은 물건이 ‘경남기업’이었다는 건 그만큼 이 기업의 재무상황이 좋았다는 방증이다. 사냥꾼의 입질이 많았음은 물론이다. 그중 가장 먼저 관심을 표명한 이는 DJ정부 시절 ‘이용호 게이트’로 유명했던 이용호씨였고, 그다음이 성완종 회장이었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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