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자업체의 화두 “대륙에 씨앗을 뿌려라”
글로벌 종자업체의 화두 “대륙에 씨앗을 뿌려라”
  •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
  • 호수 139
  • 승인 2015.04.28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열한 종자산업 경쟁

기후변화 이슈가 커지면서 식량안보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중국이 2018년 이후 최대 식품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종자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농업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 글로벌 종자 업체가 중국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국가간 유가ㆍ환율전쟁이 나타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글로벌 경제대국 G2(미국ㆍ중국) 간에 종자種子 전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흔히 농업은 더 이상 성장산업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얘기다. 농업 특히 종자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기본적으로 종자산업은 글로벌 인구 성장ㆍ소득 수준 향상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은 단순 식량 공급에서 머물지 않는다. 농업은 생명산업ㆍ바이오 연료 공급 산업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사실 과거의 종자산업은 종자를 개발ㆍ생산해 재배 농가에 공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오ㆍ식품ㆍ제약 산업 등 고부가 가치산업과 융ㆍ복합화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종자 산업은 식량 공급뿐만 아니라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성장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 인구 증가에도 농지는 감소하고 있고, 기상재해ㆍ산업재해 등의 증가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종자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

 
국제종자협회에 따르면 세계 종자시장은 2012년 450억 달러(약 47조원)로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1900년대 30억 달러에 불과했던 종자 교역액도 100억 달러를 웃돌 만큼 성장했다. 특히 중국이 세계 최대 식품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식품산업협회(AFI)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미국을 지치고 세계 최대 식품 소비시장이 될 전망이다. 몬산토ㆍ듀폰ㆍ신젠타 등의 글로벌 종자 기업이 중국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종자산업은 수익률이 높고 기업수가 많지만 기업 규모가 작고 경쟁이 분산돼 있다는 점도 글로벌 종자 기업에 중국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중국의 종자 상품화율은 40% 내외로 90%에 육박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자국 내 식량 안보를 사수하려는 중국과 ‘GMO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첨병으로 중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글로벌 종자 업체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자 산업은 해당국가의 식량 주권의 척도를 나타내는 산업이다. 중국의 식량 자급률은 2012년 기준 87%로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자국 내 수요 증가속도와 미국에 대한 식량 수입 의존도를 감안하면 중국의 식량안보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종자전쟁

실제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의 농산품 수입은 127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3대 수입품목인 옥수수ㆍ대두ㆍ밀의 중국 현지 생산량은 36% 상승에 그쳤다. 특히 대두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최근 유전자 조작 대두를 대량 수입하면서 다른 곡물 자급률에 비해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몬산토ㆍ듀폰과 같은 글로벌 종자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업체 보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 최대 식량 국유기업인 중량그룹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홍콩의 곡물 거래 기업 ‘노블그룹’과 네덜란드의 ‘니데라’를 인수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최근 170억 달러 규모의 자국 종자 시장을 지키기 위해 5200개에 이르는 토종 종자 기업 가운데 50개를 집중 육성해 미국의 몬산토와 듀폰에 대항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의 종자 산업 보호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중국 내 종자 기업의 위상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집중 육성에도 종자 산업의 특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자산업의 특성은 진입장벽이 높다. 또한 연구와 실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기술력에서도 글로벌 주요 업체와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도 기업의 규모가 작고 응집된 힘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약세다. 2013년 중국 최대의 종자 기업인 ‘위안루핑’이 R&D에 사용한 규모는 1500만 달러 규모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종자 기업인 몬산토가 R&D에 사용하는 금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글로벌 종자 기업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다국적 기업의 시장 공략을 농업산업의 전반이나 생태계 관점에서 본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종자산업의 방향성과 성장 잠재력을 생각할 때 메이저 종자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얘기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 jhchun@kiwoom.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