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할 때 뜨끔하십니까?
불법주차할 때 뜨끔하십니까?
  •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호수 138
  • 승인 2015.04.22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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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우리나라 거리에 불법주차차량이 넘쳐나는 이유를 찾아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차를 갖고 도심에 나온 오늘도 아내의 성화가 잦다. 빨리 주차하고 가자는 거다. 하지만 열흘에 한번 정도 자동차를 모든 필자는 주차솜씨가 신통치 않다. 더구나 목적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합법적인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하려고 애를 쓴다. 아내는 왜 남들처럼 불법주차를 하지 않느냐고 또 핀잔을 준다. 필자가 비정상인걸까.

#사례1. 대한민국 도로의 38%는 불법주차라고 한다. 실제로 밤이 되면 가관이다. 4차로여야 할 도로가 2차로가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 기나긴 도로에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 있는 경우도 많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법질서(Rule Of Law) 지수는 200여개국 중 46위를 기록했다(2013년 기준). 중동 카타르(36위), 남미 칠레(27위)보다 낮은 순위로, ‘계속 하락 중’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서울시가 발표한 또 다른 통계자료를 보면 불법 주정차, 꼬리물기, 진ㆍ출입로 끼어들기 등 3가지 불법 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4조4560억원에 달한다(2012년 기준). 불법운전이 초래하는 국가적 손실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사례2. 미국의 대형 쇼핑몰 입구에는 여러 대의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항상 비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장애인 주차구역은 그렇지 않다. 얌체족이 많아서다. 걷는 게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는 비장애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 주차 스티커가 붙어 있는 차에 실제로 장애인이 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단속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인데, 장애인에게 주어진 혜택에 무임승차할 때 부여되는 벌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사례3. 일본에서는 주차장을 확보해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법률을 강하게 운영 중이다. 그래서인지 도로에 불법주차된 자동차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일본에서 주차장 확보는 생활기준인 셈이다. 주차장 위치도 자동차가 가장 주차하기 좋은 곳에 있다. 우리처럼 법 규정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후미진 곳에 면적만 확보하는 편법은 쓰지 않는다. 우리는 과연 어떤가.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불법주차하는 것이 일상화된지라 주말에 대형교회 같은 종교시설 근처에는 불법주차차량이 넘쳐난다. 때문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도를 넘었다.

필자가 세계선진도시를 시장조사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거다. 도시의 대중교통인 지하철과 버스가 점점 발달하면서 도심에 차를 갖고 들어가는 게 민폐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도심에서는 공유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편리하고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생활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시내 곳곳에 배치된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는 ‘집카(Zipcar) 서비스’가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공용 자동차를 이용하고, 반납할 수 있도록 도시를 재설계하는 걸 보면서 필자는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여실히 느꼈다.

얼마 전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던 리콴유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싱가포르에 한번이라도 여행한 이들은 잘 알겠지만 그곳 거리에선 쓰레기를 찾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다민족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이토록 발전한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초대 총리였던 리콴유식 국가 운영의 성공 덕분이다. 기초질서 확립부터 부패단속까지 국가의 기본을 탄탄히 했던 게 성공의 발판이 된 것이다.

시민이 편안하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중도덕 등 기초질서 아니겠는가. 그는 총리 직속기구로 공무원 비리 조사조직을 이끌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직사회 청렴국가로 만들었다. 누구나 아는 아주 쉬운 방식을 철저하게 30여년간 지켜오면서 국민들의 민도를 높였고, 아시아를 이끄는 선도국가로 자리를 잡은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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