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아파트 분양업자인 후배를 통해 신도시에서 신축 중인 아파트 한채를 분양받았다. 분양권은 전매가 가능하고, 향후 프리미엄이 붙을 거라는 후배의 말을 믿고 투자를 했다. 후배의 말대로 아파트는 크게 인기를 얻었고 프리미엄도 붙었다. 이에 A씨는 분양권을 매각하기 위해 B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후 분양권의 명의를 변경하기로 한 시점이 되자 A씨는 필요한 서류를 구비한 후 ‘분양권자의 명의를 변경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B씨에게 보냈다. 그런데 B씨가 정당한 이유 없이 명의변경을 거절했다. 그 결과, A씨는 중도금 대출이자를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A씨는 B씨가 명의를 변경해 가지 않는 동안 발생한 중도금 대출이자를 자신이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약관계의 문제는 흔히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를 ‘이행지체’라고 한다. 돈을 빌리고 언제까지 꼭 갚겠다고 했지만 그 기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드물게 이행을 받아야 할 채권자의 ‘지체’가 문제되는 때가 있다.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라 무언가를 이행했지만 채권자가 이를 수령하지 않거나 필요한 협력을 하지 않는 경우다. 이를 ‘채권자 지체’라고 한다. 과외교사가 약속한 시간에 학생의 집을 방문했는데, 학생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해외여행을 가서 수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채권자 지체 성립 요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채권자의 수령 또는 협력이 필요한 경우여야 한다. 다음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부합하는 ‘이행’을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거나 수령할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 이처럼 채권자가 수령, 기타 협력행위를 지체한 경우에도 기존 채권관계를 그대로 유지해야만 한다면 결국 채무자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 민법은 이를 위해 공평의 관념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성실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규정을 두고 있다.

매도인이 명의변경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한 후 매수인에게 분양권자 명의변경절차의 인수를 알렸음에도 매수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인수를 거절했다면 이는 ‘채권자 지체’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 이후에 증가한 ‘목적물의 보존을 위해 발생한 비용’, 중도금 대출이자는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 늘어난 중도금 대출이자를 자신이 부담하는 게 부당하다는 A씨의 느낌은 정당한 직감이었던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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