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유연하게 더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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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팀장
  • 호수 133
  • 승인 2015.03.20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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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Auto 그리고 View

▲ 현대차·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을 보면, 세단형 승용차 부문에선 12.5%로 높지만 소형 트럭 부문에선 3.7% 매우 낮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분명 위기다. 그 이유가 외부에 있든 내부에 있든 중요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이 IT 등 이종산업과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고, 소비자가 현대차의 약점인 디젤차 또는 픽업트럭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 자동차를 둘러싸고 수많은 걱정이 나온다. 내수시장에선 수입차 증가율이 현격히 늘고 있고, 해외에선 예전과 달리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산업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애플과 구글이 앞선 정보통신(IT)기술을 무기로 자동차 영역을 넘보고 있다. 대외변수 또한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의 잣대가 되는 환율이 강달러임에도 원화는 비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시장인 신흥시장 통화는 달러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실질적 경쟁 상대인 일본과 유럽업체는 평가절하된 엔화와 유로화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우리에게 불리한 부분은 또 있다. 대부분 신흥시장의 경제는 원자재(Commodity)와 연관이 깊은데, 유가폭락으로 인해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이는 신흥시장의 구매력이 현격히 저하됐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경우, 한국ㆍ미국ㆍ유럽을 제외한 신흥시장 비중이 60.8%에 달한다. 유가는 차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고유가 상태가 지속되면서 연비가 좋고, 크기가 작은 세단 형태의 차량이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유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ㆍ레저용 차량ㆍ픽업 등 소형 트럭(Light Truck) 중심으로 기울었다.

소형 트럭은 전통적으로 미국(59.4%)과 일본업체(31.2%)가 강점을 가진 차급이다. 특히 나홀로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에선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와 픽업트럭의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이들 차종은 100% 미국과 일본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업체는 소외돼 있다. 미국 내 현대차ㆍ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세단형 승용차(Car) 부문에선 12.5%로 높지만 소형 트럭 부문에선 3.7%로 매우 낮다.

 
결국 현대차ㆍ기아차가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무엇보다 잘 팔리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제품 믹스의 선견지명이나 유연한 라인조정을 포함한 개념이다. 유가 하락으로 소형 트럭이 많이 팔리는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발 빠르게 소형 트럭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승용차와 소형 트럭의 출시 시기 역시 균형있게 조절해야 한다. 유가가 상승할 때 소형 트럭을 내놓는 일종의 ‘뒷북’도 조심해야 한다.

유가와 환율 변화에도 친환경ㆍ사물인터넷(IoT)ㆍ지능형 자동차 등 차량의 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한국의 높은 지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배터리ㆍ모터ㆍ전자제어장치ㆍ카메라ㆍ센서ㆍ레이다ㆍ인포테인먼트 등 뛰어난 IT와 소재 인프라 기술을 지닌 삼성ㆍLGㆍSK와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눈치 보지 말고 더 과감해질 필요도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며 지었던 해외 공장(유로존 리스크-유럽 체코공장, 서브프라임 모기지-미국 조지아 공장, 러시아 경제위기-러시아 공장 건설 등)이 현재의 현대차와 기아차를 만들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후발주자인 현대차ㆍ기아차가 적당하게 체질개선을 해선 60년~100년의 역사를 가진 해외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팀장 coolbong@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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