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6에 숨은 IT세상

최근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적은 공교롭게도 ‘안드로이드 동맹군’ 구글이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발판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랐지만 한편으론 ‘구글제국’으로부터의 이탈을 꾀했다. 구글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바다’나 ‘타이젠’ 같은 자체 OS개발에 주력해온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3월 5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모바일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더 나타났다. 독자적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기존 구글 영역이던 소프트웨어(SW) 부문에 진출을 본격화했다. 사실 구글이 먼저 선보인 ‘구글월렛’을 활용하면 그만이었지만 삼성전자는 독자노선을 택했다. 어찌 보면 모험에 가깝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지난 2월 미국 모바일 결제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하고 갤럭시S6에 루프페이의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기술을 적용했다. 마스터카드·비자카드·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은행 등 다수의 카드사와의 제휴도 가시화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모바일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삼성이 숙적인 애플뿐만 아니라 ‘친구’인 구글과도 경쟁관계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구글이 철천지원수 사이는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두 회사는 동맹관계다. 삼성과 구글은 지난해 1월 ‘특허동맹’을 맺고 양사가 보유한 특허를 향후 10년간 자유롭게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불필요한 특허분쟁보단 공조체제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가 야심작 갤럭시S6를 론칭했다. 138g그램짜리 작은 스마트폰이지만 이 속엔 글로벌 IT기업의 속셈과 이해관계가 들어 있다. 스마트페이의 장착을 두고 주판알을 튕긴 구글과 삼성전자처럼 말이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
이번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의 관계를 살펴보자. 삼성전자와 MS는 1990년대 가장 가까운 협력업체였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세계 1위에 오른 후 MS에 지급할 반도체 특허료가 폭증하자 둘의 관계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상황이 바뀌었으니 로열티 계약을 재조정하자”는 입장을, MS는 “기존 계약대로 로열티를 지급하라”고 맞서며 갈등이 커졌다.

하지만 갤럭시S6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와 MS는 극적으로 빅딜에 성공했다. 갤럭시S6가 기업용으로 사용하기 가장 적합한 스마트폰이라는 판단으로 MS에게 ‘화해의 손짓’을 한 거다. 그 결과, 갤럭시S6에는 MS의 전자 메모장 원노트와 ‘오피스365’ 등 기업에서 매일 쓰는 업무프로그램들이 탑재됐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경제정글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과의 관계도 갤럭시S6를 기점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AP(응용프로세서)로 독자개발한 ‘엑시노스’ 칩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고급 스마트폰에 ‘삼성칩’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진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사용해왔다. 이에 따라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퀄컴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4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퀄컴 53%, 삼성전자 4%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구글, MS, 퀄컴 등이 그 영역으로 들어오는 건 위험요소가 될 수 있으나 다른 측면으론 워낙 중요한 파트너들이기 때문에 전략적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6엔 반도체와 칩만 탑재된 게 아니다. IT세상도 들어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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