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이 30년 이상 살 수 있는가
소득 없이 30년 이상 살 수 있는가
  • 주효앙 모네타 재무컨설턴트
  • 호수 133
  • 승인 2015.03.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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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효앙의 Let’s make Money

요즘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독거노인이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사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자주 있는 일이라서다. 문제는 노후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당신도 이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거다. 정부도 자녀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한푼 두푼을 노후를 위해 써야 하는 이유다.

▲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노후대비가 중요한 이유다.[사진=뉴시스]

노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가난한 노후를 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수년째 계속된다. 문제는 이 말이 당신 얘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여러 사회현상을 종합해보면 노후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전체 노인 중 독거노인 비율은 2000년 11.9%에서 2013년 19.5%로 늘었고, 2020년엔 24%, 2035년엔 40.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한민국 고독사 현주소와 미래’를 보면, 가족 등 연고 없이 사망한 사람은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두 자료를 살펴보면, 돈이 없어 생활이 불안정하고 제대로 된 병원치료를 받지 못해 고독사하는 노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끼니를 해결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더 직접적인 통계를 보자.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8%(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전체 빈곤율 13.7%보다 3.5배가 높다. 노인빈곤율이란 국민 중위소득 50% 미만에 해당하는 노인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노인 중 절반가량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노인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81.9명(2012년 기준)으로 1위다.

 
국가 살림살이 차원에서도 노인 문제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인구로 채워진다. 평균수명의 가파른 증가세를 고려할 때 2026년부터는 초고령화사회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2031년부터는 총 인구수가 감소세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생산성 악화나 경제력 하락과 더불어 노인세대를 부양해야하는 젊은 세대의 부담도 급격히 늘어난다는 얘기다. 국가재정은 노인에게 필요한 천문학적인 복지비용의 증가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결국 정부는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공적연금, 이를테면 국민연금이나 현재 시행 중인 기초노령연금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제도 자체의 폐지문제까지 거론될지 모른다. 나라에서 보장하는 근본적인 노인복지시스템이 흔들릴 경우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은 실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가 50대 이후에 일어날 일이지 당장 내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지금의 20~40대는 이런 끔찍한 미래를 걱정해야 할 범주에 속한다.

고령화 심해질수록 노인빈곤율 상승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노인빈곤율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인구 감소에 따라 정부 세입이 더 줄어들면 공적부문의 재정복지도 한계를 보일 것이라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만 바라보며 노후를 맞을 수는 없다. 그러면 답은 뻔하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노후를 스스로 설계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노후를 설계하려면 먼저 평균수명을 100살로 길게 잡고, 최소 30년 이상을 소득 없이 지낸다고 가정해야 한다. 이 기간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마련해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노인이 된 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라고 주문하는데, 지극히 이상적인 주장이다.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노인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층을 받아줄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다. 일부에선 창업을 부추기지만 이 역시 이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창업 후 3년 이상을 버티는 자영업자가 전체의 3%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그 증거다. 자영업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현재로선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이 상책이다.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은 안정적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젊은층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취업 자체가 어렵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산 넘어 산인데,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돈 모아서 결혼도 해야 한다. 살 집을 구하려 하면 또 빚을 내야 하고, 그걸 갚아 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노후 대비냐는 거다. 그러나 나이 든 후에도 이것저것 눈치 보지 않고, 편히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당장 편히 먹고사는 것은 멀쩡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주택 공급은 더 늘어날 것이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하지만 노후는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그 결과는 더욱 참담할 뿐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민간의 개인연금이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게 몇가지 있다. 연금을 가입할 때는 이왕이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세수 확보라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비과세 상품들은 곧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차피 20년 혹은 30년 뒤에 연금을 받을 거라는 걸 감안하면 지금처럼 이자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펀드에 장기투자하는 연금을 선택하는 게 좋다. 훗날 이자율이 오른다면 분명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과세ㆍ펀드ㆍ종신 연금 노려라

종신연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혹은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연금이 상속될 수 있도록 하라는 거다. 끝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연금 상품 중에는 총 펀드운용 기간에 수익금이 가장 높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연금지급을 보증해주는 연금도 있으니 참고하자. 올해 4월부터 보험가입에 ‘경험생명표’가 적용된다. ‘경험생명표’는 특정기간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들의 성별ㆍ연령별로 사망률과 생존율을 조사하고 3년마다 통계를 내는 것이다. 보험사는 이를 토대로 보험료와 연금수령액 등을 산정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경험생명표 갱신에 따르면 전체 개인연금 연금수령액은 평균 1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라도 빠른 노후대비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주효앙 모네타 재무컨설턴트 joohyo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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