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양적완화(QE)는 통할까. 경제지표는 긍정적 시그널을 울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로존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QE를 통해 유로존의 자본재 수요가 회복되고 부동산 시장이 개선될 거라는 게 근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계수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유로존 양적완화(QE)가 3월 시작됐다. 그런데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근거는 유로존의 경제정책이 미국과 달리 일사불란하게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규모가 미국보다 작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하지만 자산매입 규모를 비교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ECB의 자산매입 규모는 600억 유로, 약 680억 달러다. 미국의 QE 규모는 850억 달러였다. 미국 국내총생산(GDP)는 18조 달러, 유로존 GDP가 14조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아니다. 2016년 9월 이후 추가자산매입 가능성까지 있어 유로존이 QE를 종료할 시점까지 자산매입 규모는 미국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QE의 효과를 가늠하는 변수는 기대인플레이션이다. 미국ㆍ일본의 QE 당시 가장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경제지표가 기대인플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QE 초기 0% 대에 머물던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은 종료 시점엔 2%로 높아졌다. 일본도 비슷하다. 아베노믹스가 개시된 지 1년 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53%였지만 2014년엔 80%를 넘어섰다. 이런 사례를 보면 유로존이 미국의 전철을 밟을 거라는 게 국제금융시장의 분석이다. 미국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면서 회복틀을 다지기 시작한 건 QE 시행 초기였다. ECB 역시 이번 QE가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0.4%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유로존의 경기회복은 한국에도 긍정적이다. 2009년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의 지출은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서 억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예상보다 많은 자본재 수요가 창출되고 부동산 시장이 개선될 공산이 크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QE 사례에서 보듯 유로존의 자본재 주문량이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불면 한국의 기계류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1차 QE 효과가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2010년 한국의 대미對美 건설광산기계, 금속공작기계 수출은 각각 61.7%, 20.5% 늘어났다. 2차 QE 효과가 나타난 2011년에도 대미기계수출은 33.8% 증가했다. QE 이후 미국의 자본재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의 대對EU 기계류 수출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부동산 경기전망지수가 개선세를 보이는 등 자본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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