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세상에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 호수 132
  • 승인 2015.03.1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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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올바른 종목 선정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주식투자의 원칙은 간단하다. 저렴한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종목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건 난제難題 중 난제다. 투자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정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서다. 종목 선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종목 선정이다. 대외 변수나 경기 변동 관련 이해도 필수적이지만 이 역시 올바른 투자종목을 고르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투자자가 종목의 수익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여긴다. 스스로 강자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주식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주주 지위를 획득하고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투자자는 기업의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많은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투자를 집행한 이후엔 되레 약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그래서 많다. 투자자의 생각대로 회사가 돌아가지 않아 손실이 날 경우 손절매 외에는 방법이 없어서다. 투자기업, 이른바 종목을 선정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종목을 골라야 할까. 종목선정 기법은 다양하다. 재무상태나 재무비율을 고려한 기본적 분석 자료를 비롯, 기술ㆍ수급ㆍ투자심리분석 등 종목 선정 지표는 무수히 많다. 이렇게 다양한 지표가 존재한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정답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지표로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거나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투자 경험을 통해 원칙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투자에서의 시행착오는 손실로 연결되게 마련이라서다.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때 필요한 원칙을 살펴보자.

첫째 전문가를 맹신해선 안 된다. 기업의 적정 주가는 회사의 미래가치를 현재 수준에서 판단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적정주가에 그 미래가치가 정확하게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판단이 정확하더라도 미래의 기업 가치는 여러 변수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해서다. 보는 시각에 따라 미래 가치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가치에 수렴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미래가치보다 주식의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업의 주식이 저평가 혹은 고평가 됐다는 표현 역시 주가가 단기적으로 적정 가치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가 이런 적정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애널리스트는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와 재무적 지식이 일반 투자자보다 높다. 하지만 투자분석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같은 종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라도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기업의 미래가치

게다가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까지 발생한다면 가치판단의 괴리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회사의 기업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은 일반 투자자만큼 애널리스트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다. 사실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진도 회사의 미래 수익을 예측하기 어려운데 외부 투자자가 그 수익을 전망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의 판단을 맹신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둘째 밸류에이션이 낮은 게 주식 상승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종목을 선택하기 전 투자자는 성장주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가치주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모바일ㆍ헬스케어 등 고성장 분야에 속한 기업이 성장주에 해당한다. 하지만 성장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모두 성장세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성장주에 속하지만 거시적인 변수나 극심한 경쟁으로 성장성이 급격하게 꺾이는 기업도 많다. 반면 가치투자는 미래 성장성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미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장주 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가치주 범주에 속한 기업은 미래 성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기업의 분야가 안정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신규사업자의 진입도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가치주는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고 할지라도 주가가 비싸면 가치주가 아닌 것이다.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가치주만큼 쉬운 투자는 없다. 가치주는 현재 기준에서 싸기 때문에 주가하락 가능성이 적고 장기투자 성격이 강해 투자자가 인내심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가치주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오직 싸다는 이유만으로 주가는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오해해선 안 된다. 투자하려는 종목의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는 지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PER과 PBR이다. 일반적으로는 PER과 PBR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낮은 밸류에이션이 반드시 주가상승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주가 하락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안전하다.

PER은 회사의 수익 능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지표다. PER이 성장주의 투자지표로 활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PER이 가진 치명적인 오류는 특정 시점에서의 수치라는 것이다. 일례로 일시적으로 비용이 증가하거나 대규모 투자로 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PER이 매우 높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투자회수기에 진입하면 이익이 급등하면서 PER이 낮아진다. 올바른 투자는 기업이 변화를 꾀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할 때 미리 투자해 놓는 것이다.

뛰는 자 위에 기다리는 자 있어

문제는 PER을 기준으로 투자할 경우 투자 회수기에 베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가 PER이 낮은 기업을 싸다고 생각해서다. 증시 격언 중 ‘고高PER에 사서 저低PER에 팔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기업의 이익은 일반적으로 경기에 후행적으로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이익을 기초로 한 PER 지표로 회사를 선정할 경우 낭패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주식시장에소 고급 정보는 돌고 돌게 마련이다.[사진=뉴시스]
PBR은 기업의 자산가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수익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가치주 투자자가 종목선택에 많이 이용된다. PBR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1이다. PBR이 1이하라는 것은 현재의 기업가치가 회사 자산을 모두 청산한 것보다 낮다는 뜻이다. 투자자는 PBR이 1 이하고 이익이 발생할 경우 향후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PBR 지표에도 약점은 있다.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나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PBR을 평가기준으로 삼기 어렵다. 지난해 금리가 하락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가치주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금리가 하락하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성장주는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이 높거나 자금 조달을 통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성장주에는 좋은 환경이었다는 얘기다. 넷째 모멘텀보다 주가의 방향에 투자해야 한다. 주가 상승의 강한 원동력은 기업의 성장 모멘텀이다. 그 결과, 투자자는 기업의 대규모 수주 등 호재거리에 큰 관심을 가진다. 많은 투자자가 이유 없이 가격이 오르는 주식을 따라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가 모르는 호재가 있어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해서다. 그런가 하면 어떤 투자자는 누군가가 은밀하게 건네는 기업의 정보를 기초로 종목을 매수하기도 한다. 자신이 받은 정보가 소수만이 아는 고급정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회사 내부자가 아닌 이상 나에게 정보를 준 누군가도 여러 채널을 통해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나만 알고 있는 정보는 없다는 거다. 게다가 큰 기업일수록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많아 ‘나만 아는 정보’가 존재하기 어렵다. 기업 내부의 정보뿐만 아니라 외부 정보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가 경계해야 하는 대표적인 정보는 경기 판단이다. 어떤 기업의 내실이 탄탄하더라도 불황기에 ‘나홀로’ 좋은 실적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경기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를 판단하는 것 역시 보통일이 아니다. 경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다양하고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나 이슈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밸류에이션 분석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보면 된다. 모멘텀을 미리 알고 주식을 사는 것도 ‘불가능의 영역’으로 치부해야 한다.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건 주주가 하락할 가능성이 적다는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거다.

주식투자는 주가가 올라야 이기는 게임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매수한 종목이 하락할 확률이 낮다는 것만으로 이미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 투자자가 투자종목을 선택할 때 해야 하는 일은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기업을 찾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있는 기업에서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발생할 모멘텀을 기대하기 보다는 큰 그림으로 접근해서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방향성 투자다. 단기투자도 장기적인 그림이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주식투자에 필요한 기다림의 미학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좋은 종목을 선택하고도 가격 변동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이다.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선정한 후 필요한 미덕은 기다림이다. 주식투자가 어려운 것은 종목 선정보다 주식을 매수한 이후 가격 변동을 참기 어려워서다. 이런 맥락에서 제대로 된 종목을 골랐다면 조금 오른다고 팔거나 당장 손실을 본다고 손절매해서는 안 된다. 증시의 또 다른 격언 중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나는 자 위에 참는 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노력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낮은 밸류에이션과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선택했다면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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