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자본주의를 찾아서…
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진다. 작은 불황에도 경제가 요동친다. 개인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자본주의의 이기적인 마음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저자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폐해를 일일이 나열하며 이를 보다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프랑크푸르트 학파 등 서양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다 돌연 바다를 건너 공자의 사상에 주목한다.
공자는 인仁·의義·기氣를 강조했다. ‘인’은 따뜻하고 어진 마음, ‘의’는 세상을 공정하게 유지하는 사회 시스템, ‘기’는 실사구시의 자세다. 이런 인ㆍ의ㆍ기만 있으면 사회 구성원은 자본과 도덕을 함께 향유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저자가 제시하는 ‘인간적 자본주의’의 모델이다. 그 실천방법으로 생태자본주의가 있다. 생태자본주의는 인간이 아닌 세상에 이로운 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넓은 의미의 생태자본주의에 포함된다.
공유가치창출(CSV)도 여기에 해당한다. 커피생산지역의 종업원에게 커피경작ㆍ비료ㆍ관개 등 기술과 교육을 제공해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질 좋은 커피까지 생산하는 네슬레의 사례는 대표적 CSV다. 신자유주의가 여전히 판을 치는 한국경제에서 인간중심적 경제학의 시각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경제학의 입지는 저자 스스로 ‘확연하게 그려지지 않는 가물가물한 흔적’이라고 말할 만큼 약하다. 혹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운운하며 인간중심적 경제학을 비판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하는 시장은 여전히 인간이 숨쉴 만한 곳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오류다. 그는 「국부론」에 앞서 저술한 「도덕감정론」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무한한 이기심 추구는 제한돼야 한다.” 애덤 스미스도 공자처럼 ‘도덕성’을 강조한 셈이다. 인간적 경제학은 반反자본주의 사상이 아니다. 기본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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