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광풍, 끝은 어디인가
전셋값 광풍, 끝은 어디인가
  •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 호수 131
  • 승인 2015.03.03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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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학

 왜 이런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났을까. 전세의 월세전환 가속화로 인한 전세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다 보니 월세 시세와는 별개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계절적인 학군 및 신혼 수요, 강남권 재건축으로 인한 대규모 이주수요 등도 전세난에 한몫했다.

▲ 전셋값을 잡는 게 어렵다고 손을 놓으면 직무유기다.[사진=뉴시스]

전국에 전셋값 광풍狂風이 불면서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곳이 속출하면서 ‘전셋값이 미쳤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특히 집 없는 서민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전세대란에 휘말렸다. 봄철 입학 및 결혼 시즌을 앞두고 전셋값이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지난해부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00%에 근접했던 동탄신도시와 수원 영통, 울산 등에서는 최근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경우마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도 전세가율 90%를 넘긴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전셋값에 1000만〜2000만원만 더 보태면 집을 아예 살 수 있는 곳들도 생겨났다. 서울 성북구 종암SK아파트 전용면적 59㎡(약 17평)의 경우 최근 2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매매 실거래가 2억4900만원과 900만원 차이에 불과했다. 때문에 경매나 집값 하락 시 전세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는 소위 ‘깡통 전세’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심화된 전세난이 새해 들어 끝을 향해 치닫는 느낌마저 든다.

왜 이런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났을까. 전세의 월세전환 가속화로 인한 전세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다 보니 월세 시세와는 별개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계절적인 학군 및 신혼 수요, 강남권 재건축으로 인한 대규모 이주수요 등도 전세난에 한몫했다. 자연 전·월세 물건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주택시장에서 일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집주인들은 저금리 때문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서라도 임대수입 감소를 줄여보려 안간힘을 쓴다.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큰 월세를 가능한 한 피하고 전세를 얻고 싶어 한다. 전세 구하기 힘들다고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서는 분위기도 아니다. 향후 집값 상승을 확신하기 힘든 만큼 전세를 살며 자기 재산을 지키자는 생각에서다. 주택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미스 매치’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 현상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통계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8년에 이미 100%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토교통통계연보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103%(2013년 말 기준)에 도달했으며 지방(107.2%)이 수도권(98.6%)을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주택보유율(자가보유율 및 자가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어 문제다. 자가보유율(자기 주택 소유 비율)은 2년 전 58.4%에서 58.0%로, 자가점유율(자기 주택에 사는 비율)은 53.8%에서 53.6%로 각각 하락했다. 주택 소유 의식 변화가 내포돼 있다지만 서민들의 주택보유 능력 저하를 방증하는 통계도 된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언제까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이다. 주택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방식이다. 주택이 재산목록 1호였던 한국적 시대상황이 만들어낸 것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을 맞고 보니 그 용도가 다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매매가 안팎의 돈으로 집을 빌린다면 세입자가 사실상 주인이 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 3% 전후의 싼 전세자금이나 매입자금 대출을 통해 은행까지 주택시장과 깊숙이 연결돼 있다. 그래서 무척 다루기 힘든 정책과제가 돼 버렸다. 잘못 다루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 정부나 정치권이 마냥 시장에 맡겨둔 인상이 짙다.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정부나 정치권이 손을 놓는 것은 직무유기다. 공공임대주택 등 값싸고 질 좋은 전세물량 확충, 깡통 전세 방지책을 비롯한 피부에 와 닿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잠시 숨을 죽인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제 도입을 검토하라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 같아 왠지 불안하다.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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