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펀드 투자 전략 ‘소박’
2014년 한해 펀드시장은 투자자들에게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수익률 높은 펀드가 다양하게 소개됐음에도 웃는 투자자들보다 실망한 투자자들이 더 많았다. 수년 동안 이어진 박스권 장세때문이다. 코스피가 1900포인트에서 2050포인트를 오가는 수준이었으니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실망했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수익률이 높다고 소개된 그 펀드들은 ‘내가 가진 펀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누군가가 수많은 펀드 이름을 들이대며 ‘1개월에 1년 수익을 거뒀을 만큼 수익률이 좋다’고 말한들 내가 그 펀드를 사두지 않았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거다. 1개월이든 6개월 혹은 1년이든 그 이전 시점에 펀드를 사둬야 웃을 수 있다. 게다가 그 펀드가 이렇다 할 수익률을 내기 전에는 절대 ‘수익률이 좋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말하자면 대놓고 ‘수익률 좋다’는 펀드를 믿지 말라는 거다. 당연히 ‘올해 뜰 수 있는’ 몇몇 펀드를 소개하려는 필자의 주장도 사실은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다만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게 확률싸움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펀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것이다. 투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예상이다.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움직일 거라는 예상을 하지 않은 채 펀드를 선택하는 건 허공을 향해 총을 쏘는 것과 같다. ‘예상을 하나마나 원숭이가 대충 골라서 찍으나 결과는 매한가지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예상은 필요없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흐름을 읽는다는 건 이런 거다. 해외펀드에서는 지역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2015년에는 미국이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멈출 예정이다. 경기회복세를 자신한다는 거다. 그러니 미국은 가능성이 있는 선택이다. 반면 유럽경제는 그리스를 비롯해 여러모로 비실비실하는 모양새다. 일본도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중국은 지난해 성장률이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에 올해는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정체된 신흥국도 힘을 낼 공산이 크다. 이들이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ㆍ중국ㆍ신흥국 관련 펀드에 투자한다고 소위 ‘대박’이라 할 수 있는 수익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세계적인 저성장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도 가격이 그만그만한 수준으로 안정되거나 떨어지기 쉽고, 따라서 큰 수익을 낼 수 없다. 이는 해외펀드를 선택하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나라별로 경기상황을 제대로 꿰뚫어 보기 어려울뿐더러 세계적인 원자재와 상품ㆍ서비스의 수급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 그러니 어쩌면 해외펀드의 수익률은 운에 맡기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다. 세계적인 실물 투자자이자 해외투자의 전설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가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 안에서 고민해봐야 세상을 볼 수 없다”며 세계 각국을 찾아가 그 나라의 시장경제를 경험하고 판단하는 이유다.
국내펀드는 어떨까. 세계 경제가 좋아지면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주식시장은 빨간색으로 물들 것이다. 당연히 펀드 수익률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올해 경기는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근거는 두가지다. 첫째 근거는 주요 기업의 경쟁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 신문이나 뉴스를 조금이라도 접했다면 삼성전자의 고민과 현대차의 한숨을 잘 알 것이다. 이들 대기업의 그늘 아래 있는 2ㆍ3차 협력업체들의 걱정이 더 크다는 건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둘째 근거다. 이런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국내총생산(GDP) 감소→가계소득 감소→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 결국 돈이 돌지 않는 저성장, 나아가 장기적인 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코스피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위주인 대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지난 3~4년간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무른 것도 대형주가 성장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소비여력은 더 줄었다. 여기에 전세감소ㆍ월세증가가 맞물리면서 실질 소비여력과 소비심리의 회복이 멀어지고 있다.
포트폴리오 원칙 지켜야
한국 주식시장은 이제 희망이 없는 걸까. 아니다. 박스권 장세와 저성장의 흐름을 거부할 순 없지만 판을 흔들 만한 움직임은 분명히 있다. 바다가 잔잔해도 그 아래에선 쉼 없이 해류가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내부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 키워드는 높은 수익률이 아닌 ‘꾸준한 수익률’, 버블 속에 숨은 ‘저평가 된 진주’다. 대박을 낼 수 없다면 1%대의 은행금리를 이길 정도의 3~5% 수익률에 만족하면 된다. 위험을 최소화해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얻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배당주펀드나 인컴펀드 등을 통해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끝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은 필수다. 안전자산과 수익자산을 먼저 배분해야 한다. 수익자산에서도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방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위험 분산은 펀드 선택이 아닌 시간 분산을 의미한다는 것, 목돈을 일시에 투입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올해 최소한 울거나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고, 가끔은 웃는 일도 생길 것이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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