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서막
자국통화 절상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시아에도 번지고 있다. 환율 관리에 나선 유럽 중앙은행들에 이어 싱가포르도 자국통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은 대만, 홍콩 등에도 파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원화 강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이유다.

아시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월 28일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자국통화 절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원래 대외경기에 대한 높은 민감도와 꾸준한 경상흑자 구조 때문에 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환율을 우선하고, 물가와 경기에 따른 기준금리를 변동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과 말레이시아 대비 자국통화 절상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임을 명기했다. 더구나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결정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는 4월 정례회의에서 추가적인 정책 가능성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싱가포르와 유사한 환율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ㆍ홍콩ㆍ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의 정책에 강한 자극을 줘서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정책들이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과 대만도 달러 강세에 따른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정책을 선택한다면 일본이 만든 통화가치의 차이에 더해서 아시아 역내에서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 아시아로 번진 환율전쟁의 시작이라는 평가다.

상황은 예전보다 나쁘지 않다. 국내 물가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은 강하다. 1월 소비자물가는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요인이 물가를 높여 다시 물가상승률이 1%대로 올라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 때문에 환율의 안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중앙은행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저유가 환경은 금리를 더 인하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주고 있다.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하지 않거나, 미루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이는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빠른 원화 강세는 다시 한국은행의 정책에 더 강한 압박을 주는 변수다”며 “그래서 시점이 늦춰질 뿐 역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다시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