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카이 인수설 모락모락

“삼성그룹이 방위산업을 키우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카이) 인수에 나선다. 그 뒤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한화-삼성 빅딜 이전 삼성테크윈과 카이 안팎에서 떠돈 이야기다. 하지만 이 소문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소문은 이제 방향을 튼다. 삼성이 아닌 한화가 카이까지 넘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 골자다. 삼성테크윈은 카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산업은행이 보유한 카이 지분 26.75%를 매입하면 카이의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현재 카이의 매각 방향을 잡은 산은은 2016년 이후 딜을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유일 완제 비행기 제조업체인 카이는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나선 한화에 매력적인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2조3000억원, 영업이익 1600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특히 과거 군수 중심에서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현재 카이의 수출 비중은 50%다. 2020년 목표로 한 매출 10조원 중 80%를 수출과 민수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가 카이를 탐내더라도 변수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자금이 한화의 행보를 막아설 수 있다. 한화가 방위산업 장기 성장 플랜에 따라 카이를 인수하면 재무적 부담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부분 매각설이 시장에 떠도는 이유다. 삼성테크윈에 이어 카이까지 인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자산 매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확실한 건 삼성 빅딜(삼성테크윈ㆍ삼성종합화학 인수)까지”라면서 “카이 인수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화가 삼성테크윈을 인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삼성테크윈 노조는 현재 매각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노조 관계자는 “여태까지 삼성이라는 프라이드를 지니고 살아왔다”며 “그런데 한순간 한화맨이 되라고 하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화 측과 제대로 대화도 안했다”며 “삼성그룹 경영진에게 직원들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매각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테크윈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화가 장기적인 방위산업 강화 플랜(카이 인수)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한화가 카이 인수에 나선다면 과거 카이에 관심을 가졌던 대한항공과의 인수 경쟁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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