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관장 제대로 뽑으려면…
공공기관의 기관장,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꽂아넣는 건 역대 정권마다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다. 공공기관ㆍ공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를 정치적인 기여도에 따라 배치하다 보니, 부채문제ㆍ방만경영을 비롯한 비효율성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이런 낙하산 인사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게 기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사의 활용이다. 이 방안은 정치적 임명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관과 공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과를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최근 내부승진을 통해 발탁된 공공기관ㆍ공기업 기관장과 CEO의 뇌물수수를 포함한 각종 부패와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내부승진 인사도 낙하산 인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 인사들은 업무 이해도와 전문성은 갖췄지만 그런 역량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기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내부인사의 경우 기관의 고착화된 비위구조에 둔감하거나 이런 구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단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내부인사의 비위 사례만을 놓고 이를 내부인사 자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해석해 비판하는 건 타당하지 못하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해당 인사의 전문성ㆍ청렴성ㆍ경영능력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인사는 이런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대내외 환경 요인을 고려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적합한 선발 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정된 기준을 엄정하게 적용해 인사를 평가해야 한다는 거다. 낙하산 인사와 내부 인사 자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단 적절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이고 공정하게 인사를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gosoo7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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