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어느 누가 체중을 늘려 건강을 해치고 싶겠는가.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간다. 어쩌면 소망하는 바와 반대로 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간밤에도 기름지고 차진 음식을 먹으며 내일 아침에 운동하기로 한 많은 약속이 있었을 것이다. 과연 밤의 황제들이 새벽의 마라토너가 되기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많은 사무실 밀집지에는 곳곳에 해장라면 집이 있다.

식욕억제를 통한 지방연소 촉진제라는 명분으로 판매됐지만 효능이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 식욕을 억제하면 기초대사량이 증가한다는 건 궤변에 불과하다. 음식이 제한된 걸 감지한 우리 몸은 되레 기초대사량을 낮춰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존할 수 있는 절약메커니즘을 발동한다.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에너지를 낭비할 정도로 우리 몸이 멍청하다면 오랜 세월 굶주림에 시달려온 인류가 어찌 생존했겠는가.
인위적으로 식욕을 억제한다는 건 렙틴이나 그렐린 등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의 자연스러운 역할을 방해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식욕억제 제품은 우리 몸의 생리적 작용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하다. 다이어트 관련 약물인 제니칼 역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제품 기전은 그럴 듯해서 중성지방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것이다.
지방흡수를 억제하기 위해 중성지방이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되는 것을 막는 게 제품의 역할이란 얘긴데 그럴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짐작이 간다. 제니칼의 효능을 믿고 기름진 식사를 양껏 즐긴 여성이 있다 치자. 기름 섞인 변을 배설하기 위해 배를 잡고 화장실로 뛸 일만 남은 것이다. 변을 지리는 변실금이나 잦은 배변의 고통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AㆍDㆍEㆍK 등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율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다이어트 제품의 탄생과 사망은 대부분 패턴이 비슷하다.
출시와 더불어 마케팅에 힘입어 제품이 활황을 누린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연이어 부작용 보고가 잇따른 후 제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됨은 물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황이나 제니칼 등 각종 다이어트 관련 상품들이 아니다. 평생 공복감을 느끼거나 설사를 하며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다이어트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걷기로 한 내일 아침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오늘 저녁이나 잘 관리해 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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