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유지해야 주가하락압력 줄어

기업의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은 배당이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이런 배당은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좋은 무기다. 주주환원의 또 다른 방법은 자사주 매입이다. 최근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을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이 두드러진다. 2014년 11월 11일과 26일 한국의 대표 기업인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각각 자사주 매입을 공시해 주가가 반응한 사례가 있다. 양사 모두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취득 예상 종료일은 2015년 2월 11일과 26일로 현재 자사주 매입이 진행 중이다.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기아차ㆍSKㆍ삼성화재ㆍ한화생명ㆍ삼성증권ㆍNAVER 등도 2014년 하반기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다. 코스피 종목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월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이후 그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4351억원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2015년 1월 현재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기업은 설비투자나 자본지출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S&P500)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지출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최근 1년간은 8600억 달러(약 935조원)에 달했다. 특히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자사주 매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설비투자와 같은 기업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미국 주식시장 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배당소득 증가나 주가상승을 통한 부의 이전 효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자사주 매입 확대 전망
셋째, 자사주 매입은 배당금 지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선 배당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 확대를 택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 배당금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가 쉽지 않지만 자사주 매입 소각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안정과 부양, 경영권 방어, 경영진에 대한 보상, 이익창출의 불확실성과 기회비용 등의 측면에서 배당 지급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다.
넷째, 배당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글로벌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주요 국가별로 자사주취득 수익률(buyback yield)과 순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 성향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시가총액과 비교한 자사주 매입 수익률에서 한국은 0.2%로 미국(2.8%), 독일(1.5%), 일본(0.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순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 성향 역시 2.9%에 불과하다. 미국(48.4%), 독일(26.8%), 일본(8.7%) 등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재무ㆍ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ㆍ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3가지가 있다. 첫째, 총자산과 순자산이 감소되면서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하게 된다. 둘째, 부채비율이 상승한다. 셋째, 주당순이익(EPS)의 감소만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주가수익비율(PER)은 변하지 않는다. 넷째, 순자산이 감소하면서 ROE가 상승하는 비율만큼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상승하게 된다. 다섯째, 유통주식수가 줄어들어 EPS가 개선된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효과를 반영하듯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주식을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시장대비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할 수 있었다. 2011년 이후 자사주 매입 공시를 실시한 기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결국 자사주 매입 공시만으로도 장기적인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관성 있는 자사주 매입이 중요
이렇게 일관성 있는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는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 코스피 내에서 최근 3년간 순이익이 흑자를 유지한 기업 중 일관성 있게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기업을 찾았다. 제조업의 경우, 부채 비율도 고려했다. 그 결과, SK C&Cㆍ삼성생명ㆍ삼성화재ㆍ제일기획 등이 추천종목으로 선정됐다. 공시한 대로 꾸준하게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ㆍ현대홈쇼핑ㆍ현대차ㆍ기아차ㆍ삼성증권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 jaeeun.kim@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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