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내쫓던 일본의 반성
2014년 12월 14일, 일본에서 열린 ‘중의원 선거(총선)’. 수많은 쟁점 중 가장 예민했던 건 ‘비정규직’ 문제였다. 집권 자민당과 야권의 주장이 180도 다를 정도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입만 떼면 ‘고용이 100만명 늘었다’며 자화자찬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허울 좋은 숫자놀음’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새로운 일자리 10개 중 7개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몫이었고, 정규직은 되레 22만명 줄었다”는 게 이유였다.
둘 중 야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量만 강조한 아베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화를 부르고 있어서다. 일본 총무성이 2014년 12월 26일 발표한 ‘11월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48만명 늘어난 2012만명에 달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비율은 38%까지 치솟았다. 비정규직 중에서는 시간제 근로자가 967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르바이트(414만명), 파견직(135만명), 계약직(289만명) 순이었다.
문제는 비정규직의 증가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1763만명에서 2013년 1906만명으로 3년 새 8% 늘어났을 정도다. 비정규직 비율은 같은 기간 34.4%에서 38.0%로 3.6%포인트 높아졌다. 더 심각한 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진다는 점이다. 2014년 7~9월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5~44세 비정규직 남성의 38%가 “정규직이 없어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현재 정규직 구인배율(구직ㆍ구인비율)은 1배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일본이 최근 달라진 행보를 걷고 있다. 일본 도쿄도東京都가 2015년 예산안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25억엔(약 230억원)을 계상했다. 특히 35세 미만의 젊은층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엔 15만엔(약 140만원)의 장려금을 주는 제도도 신설했다.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도지사는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정규직이 필요하다”며 “(정규직 전환에) 세금을 투입하면 몇배의 성과로 되돌아온다는 철학으로 예산안을 짜고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규직을 내치기 바빴던 일본의 변신. 늦었지만 주목할 만하다. 우리도 일본처럼 불황이라서다.
이주용 더스쿠프 일본 통신원 j_logb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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