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팔리아치
영화 언터처블(Untouchable)에서 할리우드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마피아 두목으로 열연한다. 두목은 자신을 배반한 동료를 야구방망이로 무참하게 죽인다. 그리고는 오페라를 보러가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아무리 영화광이라고 해도 그가 그 순간 왜 눈물을 흘렸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사랑하는 아내의 배신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노래를 들으면서 두목은 배신한 동료를 죽인 자신의 모습을 봤을지 모른다.

#프롤로그(Prologue)=코믹 유랑극단의 배우 토니오(Tonio)가 관객들에게 연극의 시작을 알린다. 관객들에게 그는 연기라는 허상 뒤엔 반드시 실재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며 연극은 반드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1막=이탈리아의 칼라브리아 지방. 마차를 탄 유랑극단의 도착에 마을 전체가 축제분위기다. 마차에서 내리는 넷다(Nedda)를 도와주기 위해 토니오(Tonio)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런데 유랑극단의 주인인 넷다의 남편 카니오(Canio)가 그의 손을 뿌리친다. 카니오는 그의 부인에게 어떤 남자도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 배우들은 모두 선술집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넷다는 남편의 질투심에 괴로워한다. 곧이어 새들이 지저귄다. 넷다도 마음도 덩달아 평온을 되찾는다.
그런데 토니오가 다시 나타나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녀는 토니오의 얼굴에 회초리로 상처를 주며 격렬하게 뿌리친다. 하지만 넷다의 진짜 정부인 마을 청년 실비오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뜨겁게 포옹한다. 잔뜩 화가 난 토니오가 그녀의 행동을 몰래 숨어서 지켜본다. 그리고는 실비오가 그녀에게 단둘이 도망치자고 하는 대화 내용까지 엿듣는다. 두 연인의 밀회는 갑작스레 등장한 넷다의 남편 카니오의 등장에 순간화면처럼 정지한다. 토니오가 넷다의 남편에게 이 둘의 밀회 장면을 고자질한 거다.
하지만 실비오는 들키지 않은 채 도망갈 수 있었고 넷다는 남편에게 실비오의 정체를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대 위로 등장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광대로 분장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 카니오는 분장실에 혼자 남아 분장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를 부른다. 영화 언터처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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