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고금리의 비밀

최근 직장인 A씨는 520d를 구매하기 위해 BMW 전시장을 찾았다. 딜러는 할부 구매를 권했다. “선납금으로 차량 가격의 20~30%를 내고, 나머지는 36개월 할부로 사는 고객이 많습니다.” 딜러는 할인 금액도 제시했다. 무려 차량 가격의 7~12%(500만~800만원)에 달했다. 견적서를 받았다. 그러나 할부 이자가 적혀 있지 않았다. A씨는 이자율을 물었다. 딜러는 8.89%라고 답했다. 너무 높았다. A씨는 다른 매장을 찾았다. 똑같이 견적서를 뽑았다. 이자율이 적혀 있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A씨는 견적서에 명시된 계열 금융사가 아닌 다른 금융사를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딜러마다 달랐다. “불가능하다” “가능한데 차값 할인이 안 된다.” “가능하지만 할인 금액이 줄어든다.”
수입차가 고객에게 할부 판매를 유도하며 계열 금융사가 고속성장하고 있다. 수입차는 가격이 비싸다. 때문에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로 판매하는 고객이 더 많다. 수입차 계열 금융사가 이런 판매 형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 상위권에 있는 BMW코리아ㆍ벤츠코리아ㆍ폭스바겐코리아의 계열 금융사의 36개월 할부 금리를 조사한 결과, 8.89~ 9.45%로 나타났다. 차량 한 대를 판매했을 때 연 9% 정도의 이자 수익을 챙긴다는 얘기다.

더욱이 수입차는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할 때 할부 금리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다. 고객이 굳이 묻지 않으면 월납부금만을 알려준다. 대신 차량 가격의 할인을 부각한다. 고객에게 충분히 판매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큰 폭의 할인을 제시하고, 이후 매월 납부하는 할부금에 고금리를 적용해 할인금액 상당의 돈을 회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에서 유혹하고 뒤에서 다시 빼먹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판매 전략이라고 꼬집는다.
수입차 금융사 연 9% 이자 챙겨
그렇다고 고객이 다른 금융사를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 수입차 매장에서 계열 금융사를 사용하도록 권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거절한다면 차 값을 할인을 해주지 않거나, 할인 금액을 줄인다. 결국 수입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은 계열 금융사를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수입차 계열 금융사의 실적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6225억원과 영업이익 409억원을 기록했다. 4년 전인 2009년 매출 3147억원, 영업이익 308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97%,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 179% 증가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 2010년 7월 영업을 시작한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은 2011년 16억원에서 지난해 1887억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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