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대형마트 판결 괜찮나
대한민국에서 ‘대형마트’라는 용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점원이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곳은 대형마트가 아닌 게 돼서다.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여야 대형마트’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빌미를 줘 문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약 907평) 이상이면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식품ㆍ가전 및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점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홈플러스 등은 매장 면적은 대형마트에 해당하지만 ‘점원의 도움 없이 소매하는 집단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번 판결의 요지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의 수산ㆍ정육 등 일부 코너에서는 점원을 따로 배치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돕는데, 이를 ‘점원이 소비자들의 소매행위를 돕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비난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12월 15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판결의 취지대로라면 대한민국에는 대형마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재판부가 대형마트가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대형마트의 영업형태를 무시한 현실성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양창영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점원의 도움 없이라는 표현은 대규모 점포 중 대형마트의 특성을 분류하기 위한 표현일 뿐”이라며 “소매행위에 있어 점원의 도움 여부가 대형마트의 본질은 아니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유통 관련 규제법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로 분리돼 있는 창고형할인점 등이 직원들을 배치해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판결로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뿐만 아니라 전통상업보존구역에서 등록 제한 등의 법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전체 유통 규제법을 뒤흔들 수 있는 이유다. 양창영 변호사는 “이번 재판부 판결은 형식적이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대법원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소상공인은 “고등법원의 이번 판결은 1심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면 유통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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