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유지한 FOMC
12월 연방공개시장의원회(FOMC) 회의에서 초저금리 유지의 근거로 작용했던 ‘상당기간’이란 문구가 사라졌다. 하지만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 문구가 초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정책이라는 연준의 친절한 부연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가 지난 17일(현지시간) 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지금의 0.0~0.25% 범위로 동결했다. 또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12월 FOMC 정례회의를 향한 시장의 관심은 단연 ‘상당기간(considerable time)’이라는 문구의 삭제 여부에 쏠렸다. 그리스를 포함해 불안한 정치적 환경에 놓여 있는 유로존의 재정 관련 리스크와 점차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는 원유 관련 ‘치킨게임’ 등에 따른 불안한 글로벌 환경이 계속돼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 여부를 저울질하는 미국 연준의 행보가 주목 받은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보인 비둘기파적 발언 역시 시장의 기대에 부합했다. 이는 보다 명확한 시그널을 제공하면서 시장의 보다 긍정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옐런 연준 의장은 “‘인내심’이라는 새로운 가이던스가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몇차례 회의에서(next couple of meeting)’ 정책금리를 올리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차례는 두번 정도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 우려 잠재운 12월 FOMC
사실 내부적인 경제지표상에도 금리인상 시그널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마이너스 0.3%로 하락했다. 또한 건축허가 건수는 103만5000채를 기록해 전월 대비 5.2% 감소했다. 저물가와 느린 부동산 경기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그널을 성급하게 밝히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결국,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아무리 빨라야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역시 대외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 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기의 회복세가 여전히 미흡하고 국제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명서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진단이 이어졌다. 세부적으로는 저활용된 노동력이 감소해 고용시장이 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역시 개선세를 보여 경기의 선순환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에너지 가격하락을 반영하면서 FOMC의 장기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시장의 관심과는 달리 이날 성명서 및 기자회견에서는 국제 유가 급락과 러시아 경제 위기 등 대외 요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지난 9월 5.9~6.0%에서 12월 5.8%로 떨어졌다. 내년 전망치 역시 같은 기간 5.4~5.6 %에서 5.2~5.3%로 하향 조정됐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기준에 해당하는 핵심 PCE 물가지수의 경우 올해 전망치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내년 전망치는 지난 9월 1.6~1.9%에서 12월 1.5~1.8%로 조정됐다. 연준이 불안한 대외 경제여건을 무시하면서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긍정적 경기 진단 이어져
성명서에 새롭게 선보인 가이던스인 ‘인내심을 가지겠다'는 문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이전의 ’상당기간‘이란 문구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기 금리인상 우려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기자회견을 통해 보다 명확하고 안도감을 준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은 연준위원 대다수가 저물가와 불안한 대외 환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연준은 내년 3분기, 빠르면 7월 중 금리인상에 나설 공산이 크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 jhna@hdsr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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