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대전점 1층의 파격변신
롯데백화점 대전점 1층에 지역 명물 빵집 성심당의 디저트전문점이 들어섰다. 이 빵집의 등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백화점 1층엔 명품 브랜드가 있다’는 상식을 깬 변신이기 때문이다. 사상 유례 없는 불황기를 겪고 있는 유통채널이 파격변신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식품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분수’처럼 위쪽으로, 혹은 아래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전략을 쓰는 거다. 1층에 배치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 음식 냄새를 맡으며 1층을 거닐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백화점 대전점 1층에 둥지를 튼 ‘베이커리 매장’은 눈길을 끌 법하다. 게다가 매장 안에는 상품을 직접 제조하는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도 이런 롯데백화점의 시도를 독특하게 보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백화점 1층은 해당 백화점의 품격을 보여준다”며 “프리미엄 디저트를 판매하는 케이크 부티크 형식으로 들여왔지만 1층에 지역 명물 빵집을 들여온 건 과감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오세조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백화점 1층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를 명품 브랜드나 잡화 매장이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구성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롯데백화점이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실적 때문이다.
일본과 비슷한 ‘행보’
올 10월 국내 백화점 업계의 품목별 매출 성장률을 살펴보면 모든 품목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성장한 품목이 있다. 식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0월 백화점 업계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2.2% 감소했지만 식품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8% 늘었다. 식품 부문을 제외한 비식품 부문은 전체 2.9% 매출이 줄었다. 롯데백화점이 빵집을 1층으로 끌어올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흥미롭게도 이 전략은 일본 유통채널의 ‘불황탈출법’을 쏙 빼닮았다.
일본 백화점 업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버블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데파치카로 불황을 돌파했다. 데파치카란 백화점의 일본식 발음인 ‘데파토(departmentㆍ백화점)’와 ‘치카(지하)’의 합성어로 백화점 지하의 고급 식품매장을 뜻한다. 경기불황을 데파치카의 분수효과를 꾀한 것이다. 2007년에 일본 도쿄東京역 근처의 다이마루 백화점은 보다 과감한 시도를 했다. 백화점 1층을 양과자 등의 디저트로 모두 채운 것이다.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였다. 현재 이 백화점 1층은 일부 매장을 여전히 먹을거리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 사례를 바탕으로 백화점 업계가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채운 교수는 “사실 롯데의 이번 시도는 백화점 1층 전체 구조를 완전히 뒤흔들 만한 파격적인 변신은 아니었다”며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변신을 꾀할 수 있을 것”고 밝혔다. 오세조 교수는 “유통업계에 가장 해로운 게 매너리즘”이라며 “백화점들이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기존의 통념을 깨고 다양한 MD 구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