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에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항상 맞고만 다니는 고등학생이 싸움의 고수를 만나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자 설계방식(ODM) 등 네트워크로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 경쟁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은 어떤 싸움의 기술로 대기업을 상대해야 할까?
‘싸움의 기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술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다. 기술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로 싸울 것인가? 정답은 경쟁 상황에 따라 싸움의 기술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차별적 기술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 다시말해 스마트폰, 평판 TV 등의 시장에서는 기술로 싸우는 것이 좋다. 기술은 특허로 보호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모방이 쉽기 때문에 기술 하나만으로 싸우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
기술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에서는 브랜드로 싸워야 한다. FMCG(식음료나 생필품 같은 소비 속도가 빠른 비내구성 소비재•Fast Moving Consumer Goods) 시장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쿠쿠는 대기업과 싸워 이긴 대표적 기업이다. 과거 같으면 단순히 중소기업 이름을 붙인 밥솥으로 대기업과 경쟁했을 것이다. 그러나 쿠쿠는 혁신적 밥솥 기술을 바탕으로 브랜드 체계를 구축해 시장에 대응함으로써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한경희 스팀 청소기도 시장에 출시되자 대기업은 유사한 기능을 부착한 청소기로 맞대응을 했다. 하지만 브랜드 체계를 갖추고 마케팅 투자를 한 덕분에 한경희 스팀 청소기는아직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 ‘스팀=한경희’의 소비자 인식을 바탕으로 브랜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선 혁신적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개발하되 브랜드•마케팅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해당 브랜드를 시장에 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마케팅해야 한다.
과거엔 중소기업이 지적 인프라뿐 아니라 마케팅 능력, 자본 규모 면에서 대기업을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케팅 환경이 중소기업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소기업이 혁신적 제품을 개발해도 마케팅 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 능력이 부족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모방한 후 대대적인 광고비를 투자하면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와 자본의 비대칭성(asymmetry) 때문이었다. 정보량은 소비자보다 기업에 치우쳐 있었고, 자본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편중돼 있었다.
그러나 웹 2.0의 시대, 손 안의 미디어인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정보와 자본의 비대칭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더 이상 기업 중심의 정보 독점은 어려워졌다. 이런 변화를 반영한 신조어가 프로슈머, 크리슈머(creasumer=creative consumer), 파워 블로거(power blogger) 등이다.
상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저렴한 웹•스마트폰 등의 미디어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시킨 마케팅을 전개하면 목표 고객에게 브랜드 정보를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면 인지도•이미지•충성도 등 브랜드 자산을 소비자에게 강하게 인식시켜 대기업 브랜드와의 싸움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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