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목숨

영화 ‘목숨’은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 4명의 삶의 마지막을 보여주며 ‘목숨’이란 무엇인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는 내집 장만을 위해 힘겹게 살아온 두 아들의 엄마 김정자씨, 쪽방촌 외톨이 신창열씨, 수학 선생님 박진우 할아버지, 평범한 40대 가장인 박수명씨 등 4명의 말기 암 환자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이들의 곁을 지키는 신학생 정민영 스테파노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평생을 수학 선생님으로 살았던 박진우 할아버지는 눈이 오는 추운 겨울날 짜장면이 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병원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며 무척이나 기뻐한다. 호스피스 병동의 평범해 보이는 일상은 이들에겐 특별한 하루하루다. 마술을 배우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남은 나날을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사업 실패로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낸 김정자 아주머니. 이제야 집도 장만하고 살 만해졌다. 하지만 어느날 찾아온 말기 암 소식은 가족에겐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었다. 두 아들과 남편이 있는 새집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간 날 그녀는 눈물짓는 가족의 인사를 뒤로한 채 웃으며 집을 떠난다. 평범한 40대 가장인 박수명씨는 하루라도 함께 있길 바라는 가족 때문에 호스피스에서의 완화치료와 병원의 항암치료 사이에서 갈등한다. 영화 ‘목숨’은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부터 큰 어려움이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특히 외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여자 환자의 거부 반응이 심했다. 게다가 환자의 허락에도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다.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교감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노력했고 오랜 설득 끝에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그는 촬영 내내 모든 상황을 함께하며 주인공의 있는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 감독은 “어떤 카메라 테크닉보다 포장하지 않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환자들의 촬영 과정은 행복했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삶과 죽음이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창재 감독은 담담한 영상과는 달리 환자의 임종을 담아내는 순간이 너무 힘들어 촬영을 중단하고, 아내와 두 중학생 아이를 둔 박수명씨와의 인터뷰에서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목숨’은 일에 쫓겨 아등바등하고, 돈에 쫓겨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한번쯤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목숨’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란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가슴 뭉클한 영화가 틀림없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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