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퓨 명동 1호점’ 왜 분란 일었나
‘어퓨 명동 1호점’ 왜 분란 일었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120
  • 승인 2014.12.09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샤 세컨드 브랜드 소송戰

한 가맹점이 있다. “가맹본부의 지원이 약하고 적자 때문에 운영이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그것도 모자라 경쟁 브랜드를 달고 매장을 재개점했다. 열에 아홉은 “가맹점이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할 거다. 하지만 그 가맹본부가 적자에 시달리는 가맹점 40m 옆에 직영점 개점을 추진했다면 어떨까. 미샤(에이블씨엔씨)의 세컨드 브랜드 ‘어퓨’ 가맹 1호점이 분란에 휩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명동의 여퓨 가맹 1호점이 불과 1년여 만에 경쟁사인 비욘드 매장으로 바뀌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가맹점주는 약정한 계약기간에 가맹점을 운영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가맹본부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더구나 가맹점주는 어떤 협의도 없이 경쟁관계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로 매장을 다시 개점했다. 가맹점주는 가맹본부가 지원한 금액 9억87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 올 2월 명동의 가맹 1호 브랜드숍이 실적악화로 문을 닫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A씨에게 보낸 고소장의 주요 내용이다. 가맹본부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 가맹점은 에이블씨엔씨의 세컨드 브랜드인 ‘어퓨(A’PIEU)’의 명동 1호점이다.

가맹본부는 ‘어퓨’를 띄우기 위해 명동 1호점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점포 인테리어 지원은 물론 모델 팬사인회까지 열어줬다. 패션 1번지 ‘명동’에서 승부를 내야 ‘어퓨’가 순항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명동 1호점 점주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쟁브랜드 매장을 재개점했다면 가맹본부로선 소송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명동 1호점 점주 A씨는 억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가맹점 매출 적자가 매월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계약관계만을 강조하며 영업을 유지하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다. 더구나 가맹본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인근에 직영점 낼 준비를 했다.”

실제로 A씨는 가맹본부에 ‘리스크 관리’를 부탁했다. 손실이 커지면 가맹점을 운영하기 어려우니, 가맹본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가맹본부 역시 “명동 1호점의 상징적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A씨는 “명동 1호점의 적자가 5억원으로 커지는 동안 가맹본부는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 사이에 ‘법적 소송’이 시작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계추를 돌려 A씨가 가맹계약을 맺은 2013년 1월로 가보자. 10년 넘게 화장품 브랜드숍을 운영해온 A씨는 부산 주요 상권인 서면에서 운영하던 매장 2곳을 정리하고 서울로 왔다. 사업을 키워보겠다는 심산에서다. 구하기 힘들다는 명동 복판에 점포를 구한 후 에이블씨엔씨와 3년 약정의 어퓨 가맹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워낙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 걱정이 컸다. A씨가 “손실이 많이 나면 가맹점이 부담하기가 힘드니 가맹본부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의한 이유다. 뜻밖에도 가맹본부는 “손실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말을 믿은 A씨는 그해 2월 명동 어퓨 가맹점을 열었다.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까지 매장을 방문해 어퓨 브랜드를 확실히 띄우겠다며 A씨를 격려했다.

연 손실액 5억원, 가맹본부는 침묵

할인행사, 모델 팬사인회, 광고까지 동원됐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어퓨’ 브랜드는 뜨지 않았다. 우려는 무서운 현실이 됐다. 가맹점을 연지 첫달에만 6000만원, 이후 매달 2000만~3000만원의 적자를 봤다.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본사에 ‘손실 보전책’을 요구했다. 2013년 11월까지 서영필 회장에게 총 7번의 이메일을 보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가맹점 유지계약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도와주겠다’는 가맹본부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가맹본부의 약속을 문서화하지 않은 A씨는 그제야 후회했다.

결국 적자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이전 손실은 영업으로 메울 테니 차후 손실을 보전해주든가, 손실이나 가맹계약 책임을 서로에게 묻지 않고 다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계약관계를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본사는 ‘손 떼라’는 말만 거듭했다. 그렇게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 둘의 관계를 완전히 갈라놓는 일이 터졌다. 올 1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서 불과 40m 떨어진 곳에 직영점을 낸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실제로 가맹본부는 1월 중순 인근 건물 임대인에게 입점의향서를 보냈고, 2월 초엔 직원모집 공고를 냈다. 가맹점인 A씨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 A씨는 결국 2월 27일 가맹점을 철수하고, 곧 에이블씨엔씨의 경쟁사인 비욘드 브랜드숍으로 재개점했다.

 
2월부터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두배로 올리기로 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 버틸 재간도 없었다. 이후 3월 명동의 어퓨 직영점(중앙로점)은 예정대로 들어섰고,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가맹본부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지원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에이블씨엔씨에 질의를 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현재 소송 중인 사안으로 가맹점주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외에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가맹본부의 지원 여부를 떠나 A씨가 먼저 계약을 파기한 책임이 있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가맹본부의 약속도 입증하기 어려운 ‘구두’로 이뤄졌다. 가맹본부 입장에선 ‘지원을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지원은 ‘주관적 판단’이 가능해서다. 문제는 가맹점주 A씨가 적자에 허덕일 때 가맹본부는 바로 그 옆에 직영점 개점을 준비했다는 거다. 가맹점주가 먼저 계약을 어겼지만 그를 유도한 건 가맹본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8월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기간 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샤에 상생이 있는가

가맹계약 당시 본사가 직영점의 매출현황에 대해 자세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A씨는 가맹계약을 체결하던 2013년 1월 3일에야 본사로부터 어퓨 직영점 매출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료에는 A씨가 어퓨 가맹사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자료들은 대부분 누락돼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A씨는 이 자료를 계약 당일날 받아 봤지만, 날짜는 2012년 12월 10일로 한달이나 앞선 걸로 조작돼 있었다. A씨는 “어퓨를 가맹본부와 함께 키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하지만 에이블씨엔씨는 가맹점을 단 한번도 사업의 동반자로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가맹점이 버젓이 있는데, 가맹본부가 어떻게 바로 옆에 직영점을 낼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