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 펀드의 허와 실

근육을 키운다고 몸이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되레 유연함이 줄고, 속도가 느려질 공산도 있다.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수익률이 좋아 투자자의 자금이 쏠리면 그 펀드의 규모가 코끼리처럼 커지지만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올 하반기 최경환 경제팀은 배당확대정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배당소득 증대세제 도입, 연기금 배당 주주권 행사 강화, 배당주가지수 개편, 배당에 관한 주주총회 보고 등이다. 그러자 많은 투자자가 배당주 펀드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이 펀드의 운용규모는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커졌다. 일반적으로 펀드의 운용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은 하락하게 마련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거다.
운용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를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결국 무작정 인기 있다고 따라가는 건 좋은 투자 전략이 아니다. S자산운용의 배당주 펀드 사례를 보자. 클래스(개별) 펀드 순자산액은 8433억원(올 11월 21일 펀드닥터 기준), 패밀리(하위 클래스 총합) 펀드의 운용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최근 단기적 성과(수익률)를 보면 형편없다. 물론 이 펀드의 수익률이 처음부터 시원찮았던 건 아니다. 초기 수익률이 좋아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유입액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종목에 투자한다’는 투자철학까지 잘 지켜, 더 좋은 투자 성과를 냈다.

지난 2007년 코스피지수가 고공행진을 거듭할 때 M운용사의 특정펀드로 자금이 쏠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해당 펀드의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수익률이 급락했다. 특정 펀드에 자금이 쏠렸을 경우, 시장의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전 펀드운용 전략의 차이를 살펴보고, 본인에게 맞는 펀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특정 펀드 성과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 특정 유형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종합하건대, 국내 성장ㆍ중소형ㆍ해외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운용사도 고객이 원한다고 무조건 투자를 결정해선 안된다. 고객의 투자성향과 목표 수익률을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희정 한화투자증권 부평지점PB beatthemarket@hanwha.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