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예술’, 그 어리석은 등식
‘창조=예술’, 그 어리석은 등식
  • 류준호 박사
  • 호수 118
  • 승인 2014.12.0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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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호 박사의 유쾌한 콘텐트

▲ 개인적 창조는 예술을 추구하지만 산업적 창조는 욕구를 쫓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개인적 창조는 ‘심심함의 타파’, 예술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산업적 창조는 필요의 충족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다. 중요한 건 산업적 창조는 조직화하거나 시스템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목표수립단계, 지식확보단계, 상상력발휘단계, 아이디어확보단계 등에서 창조성이 제각각 발현될 수 있다.

창조(creativity)는 크게 두 가지 경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소설ㆍ시ㆍ작곡과 같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한 대상을 두고 그 대상의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다. 둘은 동일한 것 같지만 목적과 과정이 다른 별개의 개념이다.

전자는 흔히 ‘창작創作’이라고 한다. 새 작품을 만드는 창조를 뜻한다. 작품을 만드는 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소설가는 글, 화가는 그림,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문제는 왜 이야기를 만드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건 ‘심심함’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인보의 「파한집(破閑集ㆍ1260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가함을 없애기 위함’이란 뜻에 창작의 핵심이 정확하게 들어 있어서다.

이와 달리 후자는 특정한 대상을 두고 전개되는 특수한 행동이다. 새로운 것, 이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성’이 있는 특정한 행위이자 과정이다. 때문에 개인적 창조와는 달리 체계적이고 과정지향적이다. 창조성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지식(know ledge), 상상력(imagination), 아이디어(idea)가 있어야 한다. 지식은 곧 기술(tech nology)이며 정보(information)이며 전문성(specialty)이다. 지식은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과 암묵적 지식(tacit know ledge)을 가지고 있다. 명시적 지식은 문서 등을 통해 표시된 지식이고, 암묵적 지식은 관찰 등 간접적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중 중요한 건 암묵적 지식이지만 둘 모두 창조에 1차적 기반이 된다.

상상력은 눈앞에 없는 사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테면 없는 것을 실제화하거나 그 실제화한 것을 구체적 형상으로 만드는 과정 전체를 뜻한다. 칸트(I. Kant)는 상상력을 ‘감각적 지각의 자료를 능동적으로 종합하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자에서 언급한 창조는 확보된 지식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독특(uniqueness)하고 유일한 것(only one)이다. 산업적 창조성에서 아이디어가 중요한 건 ‘차별화(differentiation)’가 경쟁력의 주요 포인트라서다. 아이디어는 상품ㆍ서비스ㆍ콘텐트의 존재가치다. 아이디어가 더욱 중요한 건 단수가 아닌 복수로 존재해서다. 심지어 산업디자인계에서는 12가지 항목을 아이디어 발현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의 창조성과 산업적 창조성의 가장 큰 차이는 공감 방향과 목적 유무다. 개인적 창조의 공감은 개인에서 출발해 대중적 공감의 획득이라는 방향성을 띠고 있다. 반면 산업적 창조의 공감은 대중적 공감에서 출발해 개인적 공감으로 이동한다. 고객의 필요(needs)에서 출발한 게 산업적 창조성이라는 얘기다. 목적 또한 다르다. 개인적 창조는 ‘심심함의 타파’, 예술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산업적 창조는 필요의 충족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다. 중요한 건 산업적 창조는 조직화하거나 시스템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목표수립단계, 지식확보단계, 상상력발휘단계, 아이디어확보단계 등에서 창조성이 제각각 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창조성을 교육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 각 단계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창조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조를 개인적 차원의 예술성에 국한하는 건 어리석다. 창조의 산업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창조는 천재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육을 통해서도 언제든 창조라는 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 산업적 창조, 이 개념을 이해하면 간단하다.
류준호 박사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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