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법테크
정당방위 인정범위 확대 내용의 형법개정안이 발의돼 화제다. 논란의 촉발은 도둑을 때려 뇌사상태에 빠트린 집주인 아들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다. 하지만 정당방위 확대 주장은 찬반양론이 뜨겁다. ‘중용의 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질문이 화두가 됐다. 그런데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나곤 한다. 하지만 정당방위를 공부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정당방위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정당방위란 무엇인가. 형법은 ‘자기 또는 다른 이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즉 부당한 침해를 당하는 경우 이를 방어하는 행위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행위가 사회적으로 볼 때 정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비록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만 위법성이 없다는 얘기다. 정당방위 성립요건 중 하나가 ‘현재의 침해’다. 이는 침해가 급박한 상태이거나 계속되고 있는 걸 말한다. 이에 따라 과거의 침해나 장래에 나타날 침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를 할 수 없다. 또한 방위행위는 ‘상당’해야 한다.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ㆍ정도, 침해의 방법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했을 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A씨는 B씨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A씨는 B씨로부터 계약기간이 지났으니 방을 비워 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받고서도 그때마다 행패를 부렸다. B씨는 A씨의 행패가 무서워 다른 집에 가서 잠을 자기도 했다. 범행 당일에도 B씨가 방세를 돌려줄 테니 방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는 방 안에서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2000만원을 줘야 방을 비워준다고 억지를 쓰며 폭언을 했다. 그러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B씨의 며느리가 A씨의 방 창문을 쇠스랑으로 부숴 버렸다.

현재의 침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방위행위가 있었고, 그 정도 역시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둑뇌사’ 사건에서 도둑은 발각되자 달아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절도라는 침해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현재의 침해가 없는 상황에서 공격을 했으므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거다. 세상만사에 중용을 지켜야 하듯이 자기 방어 또한 절제가 필요하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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