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우 경영학
그런대로 굴러 왔던 한국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암흑의 긴 터널 입구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3분기 ‘어닝 쇼크’에 혼쭐이 난 기업들은 벌써 내년 걱정에 여념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4대 그룹의 내년 경영 키워드가 ‘위기탈출(삼성)’, ‘내실경영(현대차)’, ‘구조개혁(SK)’, ‘내실성장(LG)’ 등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내년 사업계획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8.0%, 28.3% 크게 줄었다. 조선업계의 간판 현대중공업의 ‘실적 쇼크’도 두드러진다. 3분기 영업손실이 창립 이후 최악인 1조9346억원을 기록했고, 올 누적손실은 3조원을 넘어섰다. 한 증권사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35개 주요 상장사(시가총액의 52.9% 차지)의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7%나 감소했다.
2분기보다는 26.4% 줄었다. 간판급 기업들이 이럴진대 중견ㆍ중소기업들의 처지는 불 보듯 뻔할 것 같다. 휴대전화 부품업체들의 매출이 평균 30%나 격감했고, 조선 협력사들의 가동률이 40%에 불과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소위 대기업의 ‘경기 낙수 효과’가 사라지자 실적추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이같은 기업들의 사정을 잘 말해 준다.
보고서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며 “기업체질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외부 충격이 닥치면 10개 기업 중 3곳이 도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4월 “기업 재무건전성이 일부 미흡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양호하다”고 보고했던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그런대로 굴러 왔던 한국 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암흑의 긴 터널 입구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3분기 ‘어닝 쇼크’에 혼쭐이 난 기업들은 벌써 내년 걱정에 여념이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4대 그룹의 내년 경영 키워드가 ‘위기탈출(삼성)’, ‘내실경영(현대차)’, ‘구조개혁(SK)’, ‘내실성장(LG)’ 등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내년 사업계획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차이나 리스크), 미국의 돈줄 죄기(양적 완화 종료), 일본의 엔저 공습(환율 리스크) 등으로 기업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다.
하기야 기업들이 ‘내년 경영이 신바람 나게 좋을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기나 했을까. 연말이면 으레 새해 경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분발을 촉구하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 때론 정부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우호적인 기업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엄살’로까지 비쳤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른 것 같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이 내년에 수출 전쟁터에서의 화약 냄새에 더욱 노출될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땐 국내 악재들도 만만찮다. 살아날 줄 모르는 경기, 반反기업정서와 각종 규제,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늘어난 대기업 오너 사법처리, 법인세 인상 주장, 대ㆍ중소기업간 갈등 등등. 기업들은 이제 예전과는 다른 각오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다. 숱한 역경을 딛고 살길을 개척해 온 저력을 되살려야 한다. 손쉬운 구조조정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업마다 내부 혁신, 기술ㆍ신제품개발, 생산성 향상, 수출다변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계ㆍ정부 등 다른 경제 주체들과의 소통은 물론 기업 내부 소통에도 더욱 힘써야겠다. 아울러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과 정치권의 민생경제 챙기기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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