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을 지우고 새롭게 출발한다.” 한진해운홀딩스를 이끌던 최은영 회장이 새로운 스타트 라인에 섰다. 한진해운홀딩스는 6월 핵심 사업인 해운부문(한진해운)을 한진그룹에 넘겼다. 이제 ‘한진’이라는 이름도 지웠다. 한진해운홀딩스는 11월 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유수홀딩스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유수’는 사려 깊고 함께 나누는 넉넉함을 뜻하는 유裕와 끊임없이 정진해 미래를 선도하는 빼어남을 지닌 ‘수秀’를 조합해 만든 사명이다.
최은영 회장은 “우리의 변화와 비전을 담은 새로운 사명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업종을 포괄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며 “한진그룹의 옷을 벗어 던지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은 “과거 시행착오와 간과했던 부분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철저한 반성과 다짐으로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다짐이다.
새로운 사업 ‘음식점ㆍ프랜차이즈’
최 회장이 경영인으로서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 6년 11월 남편인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2007년 그룹 경영에 뛰어들었다. 2007년 한진해운 부회장, 2008년 회장에 올랐고, 2009년에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국내 1위 해운사로 매출만 9조원에 달했다. 최 회장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고, 주부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만큼 배워야 할 점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해운업계 불황이 불어 닥쳤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한진해운은 2011년 영업손실 514 5억원을 기록했고, 2012년 1435억원, 2013년 3075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 회장이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내준 가장 큰 이유도 업황 부진이다.
이처럼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라는 핵심 계열사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시작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이라는 부실 덩어리를 털어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잘 된 것일 수 있다”며 “한진해운을 가져간 조양호 회장(한진그룹)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진해운을 잃은 게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최은영 회장의 진짜 경영이 펼쳐질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수홀딩스는 11월 4일 임시주총에서 음식점과 프랜차이즈를 새로운 사업으로 추가했다.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유수홀딩스는 여의도 본사 옆 유휴부지에 6층짜리 건물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 요식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이 건물은 연면적 3768㎡(약 1140평)의 상가건물로, 내년 10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유수홀딩스 관계자는 “상가건물에 어떤 매장(커피숍ㆍ음식점 등)을 입주시킬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며 “현재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유수홀딩스)의 주요 목적은 임대사업이지만 일부 층은 직접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음식점업과 프랜차이즈를 새로운 사업으로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음식점ㆍ프랜차이즈사업은 크게 두가지로 예상된다. 우선 해외 유명한 프랜차이즈업체와 제휴를 맺고 국내에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직접 자사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다. 특히 해운ㆍ물류 부문과 유통을 연계해 사업을 펼칠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러나 음식점ㆍ프랜차이즈사업은 최 회장의 첫번째 사업일 수 있지만 ‘미래 사업’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업 다각화로 줄어든 사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 회장 역시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의 성공적 안착이 최 회장의 첫번째 과제라면 기존 해운관련 자회사의 성장은 그에게 주어진 또다른 과제다. 유수홀딩스는 현재 해운ㆍ물류 IT서비스업체 ‘싸이버로지텍’, 물류서비스업체 ‘HJLK’, 선박관리업체 ‘한진SM’ 등 3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작다. 유수홀딩스와 3개 계열사의 2013년 총 매출은 한진해운 매출(9조8833억원)의 1.8%에 불과하다. 지난해 유수홀딩스는 38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한진SM은 254억원, HJLK는 521억원, 싸이버로지텍은 6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각각 267억원, 35억원, 11억원, 91억원을 달성했다.
3개 자회사, 한진해운 의존도 줄여야
앞으로 이 회사를 키워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3개사는 한진해운과 거래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으로 넘어갔고, 사실상 계열 분리됐다.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 0.74 %를 제외하고는 한진과 유수홀딩스의 지분 관계는 없다. 유수홀딩스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 분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3개 자회사는 여전히 한진해운에 사업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싸이버로지텍은 지난해 한진해운과 거래해 4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총 매출의 62%에 달한다. 한진SM 역시 지난해 총 매출의 64%인 164억원을 한진해운과 거래해서 얻었다. 그러나 계열 분리되면 이 물량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다른 업체와 경쟁해서 물량을 따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최은영 회장도 알고 있을 것이다”며 “한진해운이 없는 상황에서 해운 관련 사업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