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럼 날아 설탕물 먹다
벌처럼 날아 설탕물 먹다
  •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 호수 115
  • 승인 2014.11.07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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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뉴요커 중 비만한 이들이 많은 이유는 잘못된 식습관에 있다.[사진=뉴시스]
모두는 아니겠지만 우리 중 일부는 미국인의 삶과 생활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 로망의 중심에 미서부 뉴욕이 있다. “타임스 스퀘어에 어둠이 깔리면 온갖 광고판이 별천지처럼 불을 밝힌다. 저물어 가는 뉴욕의 하루를 재즈의 선율과 함께 맥주 한잔으로 풀어내는 낭만적인 삶.” 뉴요커 삶에 대해 당신은 이런 환상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 환상을 접는 일만 남았다.

새벽부터 사이렌이 울려대는 뉴욕은 평등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웨스트(WEST) 35번가를 따라 42번가에서 좌회전해 헤럴드 스퀘어로 접어드는 길을 한번 걸어보라. 적잖은 거지와 불친절한 NYPD(뉴욕경찰)를 만나게 되는데 뉴욕의 거지는 한국의 거지와 달리 작은 광고판을 들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홍보한다. ‘홈리스(Homeless)’ 등으로 시작하는 문구를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을 꺼내게 된다. 백인 거지는 익숙하지 않아 1달러 지폐를 주기도 했는데 필자를 바라보는 그들의 우호적인 눈길에서 동양 관광객이 수입 원천임을 깨달았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그늘진 곳은 있게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뉴욕의 그늘은 거지조차 살 찔 수밖에 없는 가림막을 만들어낸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비만해진 것일까. 수많은 인파로 붐비는 뉴욕의 거리에서 필자는 BMI 25 이상의 과체중 인구를 세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시도는 좋았지만 방법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과체중 인구를 세는 것보다 정상체중 범주로 보이는 사람을 골라내는 편이 훨씬 수월했던 것이다. 단언컨대 미국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은 과체중 내지는 비만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안 움직여서 비만해진 것이 아니라 비만해져서 활동에 제약을 받았을 것이고 이런 비만의 이면에 잘못된 먹거리가 존재한다. 뉴요커의 출근 길 식사풍경을 들여다보자. 자판대 앞에 줄을 서서 1달러짜리 커피와 싸구려 베이글을 사서 총총히 사라진다. 1달러짜리 커피라 해도 무시해선 안된다. 설탕과 프림을 원하는 대로 쏟아 부어 주기 때문이다. 필자도 줄을 서서 커피를 사보았다. 예의 바른 동양인이 프림과 설탕을 거부하자 자판대 주인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하루를 시작할 양식을 저렴하게 구입한 이들은 길을 가면서, 혹은 앉아서, 때로는 몇몇이 서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아침부터 팬 케이크나 시리얼을 우유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일명 후식으로 일컫는 디저트 문화 역시 이들을 살찌우는 식습관이다. 뉴욕의 명물 ‘크로넛’이란 도넛 역시 설탕 덩어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 밀가루를 곱디고운 체로 수없이 걸러내고 치대어 기름에 튀겨낸 후 설탕을 뿌렸으니, 그 부드러움이며 풍미가 어떠할지는 상상이 간다. 밀가루와 기름으로 튀긴 고깃덩어리를 먹고, 벌이나 나비처럼 설탕물을 들이마시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다. 이들의 식습관이 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인의 비만해소는 불가능하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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