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머니트렌드
‘망치로 깨먹는 과자’ ‘강남 과자’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슈니발렌. 고급 디저트 열풍의 중심에 서있는 슈니발렌 과자는 독일산이다. 그런데 독일의 슈니발렌 과자는 원래 망치로 깨먹는 과자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콘셉트로 재탄생한 셈이다. 해외에 나갈 때 ‘모든 걸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이 여행 자유화를 선포한 1989년 필자의 비즈니스 방랑은 시작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있는 나라, 자원이라고는 머리 좋은 인재만 득실대는 나라에서 과연 무엇을 해야 서민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남들이 미국이나 영국 유명대학에 가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할 때, 필자는 세상의 현장을 알고 싶어 이 골목 저 골목을 뒤졌던 세월이 벌써 25년이다. 그래서 책상에서 공부만 한 박사 출신 교수보단 현장에 강하고, 실물경제에 강한 편이다.
우리가 트렌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 선진국에서 사업 아이템을 가져와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넘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슈니발렌’은 독일 로텐부르크 지역의 전통과자인 슈니발을 변형해 만든 제품이다. 중세도시 로텐부르크에는 유명한 상징과 특화 상품이 많은데, 그중 으뜸은 영어로 스노볼(Snow ball)이라고 불리우는 과자다. 최근 우리나라 서울 유명 백화점이나 지하철, 심지어 길거리까지 이 동그란 과자를 볼 수 있다. ‘망치로 깨먹는 과자’ ‘강남 과자’ 등 다양한 수식어를 모으고 있는 독일과자 슈니발렌. 바로 이곳에서 탄생한 상품이다. 독일의 슈니발렌 과자는 원래 망치로 깨먹는 과자가 아니라 촉촉한 부드러운 과자를 뜻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콘셉트로 재탄생한 셈이다.
슈니발렌 과자가 단시간 내에 인기를 얻게 된 이유도 ‘망치로 깨서 먹는 과자’라는 콘셉트로 소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덕이다. 또한 달콤한 뭔가를 먹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충족해 주었기에 빠른 인기를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 외국계 사모펀드에 회사지분을 판 ‘공차’다. 2012년 홍익대 1호점을 시작으로 2년 새 240개 매장으로 사세를 확장한 ‘버블티’의 대명사다. 버블티는 기존 음료에 버블, 이를테면 열대작물인 카사바의 뿌리에서 채취한 식용 녹말로 만든 작고 동그란 ‘타피오카 펄’을 넣어 마시는 음료다. 최근 몇년간 젊은층으로부터 무한 사랑을 받은 아이템이다. 이 ‘공차’를 수입해서 성공시킨 주인공도 싱가포르에서 발견했다는 점을 기억하라.
앞으로 세계 여러 도시의 골목골목을 가다가 신기한 음식이나 상품이 있으면 세밀히 연구하고, 한국적으로 재해석하길 바란다. 이를 시장에 론칭하는 순간 뉴비즈니스의 문이 활짝 열릴 수도 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어느 조그마한 도시에서 그곳에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전통 음식이나 먹을거리를 만나는 일은 흔하다. 잠깐의 군것질거리일 수도 있지만, 이 음식 하나하나가 앞으로 새로운 사업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트렌드 투어’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큰 꿈을 꾸는 대한민국의 도전자들이여! 세상은 분명 넓고 도전해 볼 만한 일이 많다. 그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눈앞에 바로 있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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