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면의 리스크

정부는 쓸 수 있는 ‘경제활성화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 일단 시장에 돈이 돌 수 있도록 금리를 낮췄다. 은행 이자율이 높지 않으면 투자시장으로 돈이 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자산가치를 높이면 덩달아 집값도 뛰는 걸 염두에 둔 정책이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규제도 풀었다. 지난해 1월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 영종도에서는 낙수효과를 노린다며 외국계 자본에 카지노를 열어줬다. 직접적으로 기업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도 나왔다. 대표적인 게 세법개정안인데, 골자는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지 않는 48만여개의 기업 오너들이 자녀들에게 기업을 쉽게 물려줄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역시 경기부양책의 일환이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1년반 동안 부동산대책만 일곱차례 나왔다. 지난해 4월 1일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주택구입자 양도세는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했다. 7월 24일에는 공공분양 물량을 축소하는 대책이 나왔고, 8월 28일에는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해주는 방안이 나왔다. 12월 3일에는 전월세 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해 행복주택 공급을 축소했다. 올 2월 26일에는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안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직후인 7월 24일에는 더 많은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상향 조정했다. 9월 1일엔 부동산대책의 완결판으로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했다. 건설업계는 이제 30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집을 짓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주택청약 시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던 조건도 완화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 카드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가용 가능한 카드를 모두 써버렸다는 지적도 많다. ‘기업인 사면’이라는 무모한 수를 던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지난해 5월 양적완화 축소 발언 한번에 국내 증시가 출렁인 걸 확인한 바 있다. 부동산대책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기부양이 실패한다면 더 할 말도 없다. 서민들 삶이 어떻게 될지 뻔하지 않겠는가.” 결국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성공가능성은 희박하고, 실패의 위험성은 매우 큰 ‘도박’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우가 아니다. 수많은 경기부양책에도 코스피지수는 2000선이 무너졌다. 경고등은 벌써 켜졌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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