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독한 승부수’ 경영페달 세게 밟다
그의 ‘독한 승부수’ 경영페달 세게 밟다
  • 김은경 기자
  • 호수 111
  • 승인 2014.10.0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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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선언한 구자열 LS그룹 회장

▲ 구자열 회장(앞줄 맨 오른쪽)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경영에 관한한 도전적이다.[사진=뉴시스]
국내 재계 순위 15위(자산기준)인 LS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구자열(61) 그룹 회장이 최근 사실상 비상경영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 그는 최근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독한 승부 근성과 강한 리더십’을 주문했다. 취임 2년차인 그가 지금 같은 경영 정체를 좌시할 수 없다고 진단한 것 같다. 비교적 조용한 그룹 LS가 왜 이러는 걸까.

지난 9월 26일 경기도 안성 LS미래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 이 자리에는 구자엽 LS전선 회장, 이광우 ㈜LS 사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 20여명이 참석했다. 구자열 회장은 전에 볼 수 없었던 강한 어조로 사장들을 압박했다. 별도로 사장들을 불러 모아 워크숍을 가질 정도로 사정이 급했던 것 같다. 당일 그의 발언을 좀 더 들어보면 그룹 경영이 심각한 정체 국면에 빠졌다는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지 짐작된다.

“우리 그룹은 지속 성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전 임원이 끝장을 보겠다는 승부 근성과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 “LS그룹이 지난 10년간 규모면에선 성장했지만 2009년 이후 주력사업에서 성장ㆍ수익성 모두 정체를 맞고 있다.” “주력 사업이 정체 상태인 데다 신사업 분야도 성과가 미흡하다. 여기 모인 CEO들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의지로 경영에 임해 달라.” “향후 3년 내에 그룹 이익 1조원(세전 기준) 달성을 목표로 과감한 의사결정과 미래 성장을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 CEO 각자가 그룹 전체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으로 경영에 임해 달라.” 외견상 ‘비상경영’이란 말은 없었다. 하지만 그룹 내에서는 ‘비상경영’ 선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부진한 사업에 대한 통폐합, 매각 등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도무지 최근의 경영성적이 어떻길래 구 회장이 그처럼 강한 주문을 하고 나왔을까. 주력 계열사인 LS전선 매출은 2011년만 해도 6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 5조원 아래로 뚝 떨어졌다. 올해도 4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 상반기 매출은 2조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정도 감소했다. 다른 주력 계열사 LS산전 매출도 2011년 2조원대 초반을 기록한 후 지난 몇 년간 거의 늘어나지 못했다. 상반기 매출은 1조1400억원 정도에 머물렀다[그래픽 참조]. 매출 부진 등 저성장과 함께 수익성이 나빠진 것도 큰 고민거리다. LS그룹 전체 연간 세전 이익이 최근 3년(2011~2013년)간 4000억~5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 회장이 워크숍에서 제시한 ‘향후 3년 내 그룹 세전이익 1조원 달성’이란 경영 목표는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익 규모를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리라는 매우 달성하기 힘든 주문을 한 것이다.

 
LS그룹은 51개 계열사를 통해 전선ㆍ산업용 계측기ㆍ동銅제련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재 비즈니스가 아니라 공산품 등의 B2B(기업간 거래)가 많은 그룹이다. 따라서 상당한 제품 기술력과 대규모 자본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이 많다. 그런 만큼 수년간 매출과 이익이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할 경우 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구 회장은 그룹 출범 11년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지난 6년(2009년 이후)에 걸쳐 그룹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정체되고 있다는 뼈아픈 진단을 공표한 것이다. 

그룹 성장 중대 기로 직면

주력사업은 물론 신사업부문의 성과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0년간 큰 투자를 해 왔던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기차 부품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본 것 같다. LS그룹은 2009년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부산 HVDC 공장, 청주 그린카 부품(EV Relay) 공장, 미국 전력케이블 공장, 브라질 트랙터 공장 건설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이들 사업은 투자 회임 기간이 긴 만큼 5년, 10년을 내다보고 ‘독한 경영’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연초에도 한차례 독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원전 납품 비리에 연루돼 그룹신용에 악영향을 미쳤던 JS전선 사업을 아예 정리키로 한 것이 그것이다.

LS그룹은 지난 2003년 LG그룹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고故 구평회, 고故 구두회 등 3인의 명예회장이 LG그룹에서 전선과 금속부문을 계열 분리해 출범시켰다. 구자열 회장은 그룹 발족 10년 만인 지난해 사촌인 구자홍 전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그는 고故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이다[그래픽 참조]. 재계는 LS그룹을 바람직한 ‘사촌 경영’의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한다. 사실 계열 분리 당시만 해도 재계에선 우려를 많이 했다. 전선과 산전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할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분리 후 LS그룹은 성장가도를 걸었다. 분리 첫해인 2003년 7조3500억원이던 매출은 2013년 26조9658억원으로 3.7배 규모로 늘어났다. 그룹이 이처럼 커진 데에는 공격경영과 금융에 능하고 인화에 강한 구 회장의 공이 컸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룹 주력 사업인 전선 부문을 맡아 크고 작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회사를 세계 전선업계 3위로 키워냈다. 2005년 중국 내 LS산업단지 조성, 2008년 미국 최대 전선회사 수피리어 에식스 인수, 2009년 중국 홍치전선 인수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LS전선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M&A 작업에도 참여해 그룹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계열 분리 당시 4개였던 LS 계열사는 51개로 늘었고, 재계 순위도 15위 안팎으로 도약했다. 그는 마음 편한 이웃집 아저씨 같아 보이지만 경영에 관한 한 매우 도전적이다. 2009년 LS전선이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 생산을 결정했을 때 수주도 하기 전 동해에 공장부터 지은 일화는 유명하다. 성격이 호방해 LS가家의 화합을 이끌면서 그룹 2기 회장직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다. LS그룹은 구 회장이 선장을 맡은 가운데 나머지 7명의 사촌 형제들이 오너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장애물 정면 돌파 ‘선언’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은 구 회장에게도 적용된다. LS그룹 11년 동안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큰 몫을 한 만큼 이젠 그룹의 내실 다지기에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때란 얘기다. 그는 유명한 자전거 마니아다. 자전거 타기를 통해 근성과 인내를 배운 사람이다. 장애물을 만났을 땐 정면 돌파를 즐겨한다. 이번에 그는 좋지 않은 외부 경영환경을 내부 역량 결집을 통해 돌파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장애물을 만났을 땐 피하기도 하지만 더욱 세게 밟기도 한다. LS 경영에서 그는 더욱 세게 밟는 쪽을 선택했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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