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라면 한 그릇 드실라우?
맹탕라면 한 그릇 드실라우?
  •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 호수 110
  • 승인 2014.10.03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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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음식도 요량껏 먹으면 괜찮다. 모든 음식에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사진=뉴시스]
가공식이든 자연식이든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중 특정 음식을 정해 절대 먹지 않겠노라고 결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늘 언급하지만 일상이 되지 말라는 거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원인 중 손꼽히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이다. 남들이 즐기는 음식을 자신만 벌서듯 참아야 한다는 것,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음식에 대한 선호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형벌에 가깝다. 독극물이 아닌 이상 어쩌다 먹는 것으로 우리의 몸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시킨 치킨을 즐거운 마음으로 한두점 먹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그 사람은 주위와 융화하며 건강 다이어트를 실천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심야에 꽃게를 쪄서 먹는다 치자. 딱딱한 껍질을 자르고 부수며 게 속살을 후벼 파봤자 얼마나 먹겠는가. 군침을 삼키며 그냥 침대로 가느니 입에 주는 약간의 즐거움과 노동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음식도 요령껏 먹으면 괜찮다는 것인데 노하우를 하나 소개해 본다.

체지방 전환율이 높은 두 탄수화물이 흰쌀밥과 밀가루임을 모두들 잘 아실 것이다. 필자 역시 사람인지라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라면이다. 10여년 전 필자의 몸무게는 80㎏ 정도였다. 당시 이틀에 한번꼴로 김치와 부재료들을 듬뿍 넣은 라면을 즐겼는데 특이하게도 식용유를 듬뿍 붓고 라면을 끓이곤 했다. 성찬의 마무리는 면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흰쌀밥을 말아먹는 것이었다. 정제된 백색 탄수화물을 짜고 기름지게 만들어 먹는 식습관이 뱃살을 부추겼던 시절이었다.

본인은 현재 14㎏ 감량 상태인 66㎏의 체중을 6년째 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한달에 한두번이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라면을 즐긴다. 면발이 당기는 날 분식집에 들어가면 필자의 단골 메뉴는 항상 떡라면이다. 그림자처럼 한가지 주문이 수반된다. 짜디짠 분말수프를 완전히 빼 달라는 것이다. 일언반구 하지 않고 본인의 주문을 들어주는 식당은 없다. 의아해 하는 것은 주위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희한한 손님과 의견 절충을 거친 후 종업원이 맹탕 국물의 라면을 들고 오면 필자는 아주 맛있게 라면 한 그릇을 비운다. 2000mg의 나트륨이 배제된 라면은 비로소 원재료가 무엇으로 구성됐는지를 필자의 혀에 정확히 알려준다. 고소한 떡ㆍ면ㆍ파ㆍ계란 등 각각의 재료가 내는 고유한 맛을 느끼며 식사를 하는 것이다.

혹자는 맛을 본 후 싱거워 못 먹겠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뜨거운 맹물도 싱겁다고 말하지 않고 마시지 않는가. 입맛은 사나운 말과 같아 길길이 날뛰지만 궁극엔 길들이기 나름이다. 수프를 하나 아껴줬음에도 필자는 식당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음식은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도 그 기저에 한몫을 한다. 필자는 조미료, 정제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음식으로 살고 싶다. 자연 식품속에 포함된 나트륨의 양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이 떡라면 드실 독자분은 언제든 연락 주시길.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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