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막는 장벽 ‘보안 트라우마’
가상화폐 막는 장벽 ‘보안 트라우마’
  • 강서구 기자
  • 호수 110
  • 승인 2014.10.0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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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보안성이 문제

▲ 가상화폐의 발달과 함께 사이버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있는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CEO.[사진=더스쿠프 포토]
비트코인의 가파른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보안 문제’다. 이는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상ㆍ전자화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돈 5억 달러(5000억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얼마 후 회사는 파산했다. 영화에서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지난 2월 28일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일본의 ‘마운트곡스(Mt Gox)'가 도쿄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 회사의 문을 닫게 만든 건 해킹이었다. 마운트곡스는 해킹으로 85만여개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 이는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6%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해킹으로 문을 닫는 비트코인 거래소는 한두곳이 아니었다.

가상화폐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스마트폰ㆍ컴퓨터 등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노린 범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이 24개국 1만3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3 노턴 보고서(NORTON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사이버범죄에 노출된 소비자 인구는 3억7800만명에 달했다. 하루 100만명, 초당 12명의 소비자가 사이버범죄에 피해를 입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피해자의 수는 줄고 금액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12년 연간 피해자는 5억5600만명, 초당 18명이 사이버범죄의 피해를 입었다. 1년 사이에 피해자가 1억7800만명 감소했지만 피해금액은 되레 늘어났다. 지난해 사이버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 금액은 1130억 달러로 2012년에 비해 30억 달러 증가했고, 건당 평균 피해액은 2012년 197달러에서 298달러 50% 이상 늘었다. 해킹의 공격방식이 불특정 다수에서 특정 다수로 바뀌었다는 걸 잘 보여주는 통계다.

스티븐 트릴 시만텍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사이버 범죄자는 정교한 공격이 가능한 랜섬과 스피어피싱(특정인을 목표로 개인정보를 훔치는 피싱 공격) 등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들은 한번의 공격으로 더 많은 돈을 약탈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자ㆍ가상화폐가 발전하면서 사이버 범죄도 진화하고 있다. 이전 해커의 공격은 서버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 서버를 다운시키는 분산서비스 거부(DDos)공격, 계임계정 탈취, 금융정보 유출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관심을 받으면서 직접적인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자주 발생한 가상화폐 해킹이 국내에서도 발견돼서다. 실제로 지난 2월 26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안랩의 게임 보안 솔루션 업데이트 파일을 가장한 악성코드를 국내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 악성코드는 비트코인 계정 탈취 방식을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주인 몰래 비트코인 채굴하고 그 이익은 해커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런 보안 문제는 화폐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화폐를 사용하길 원하는 소비자는 없어서다. 지난해 11월 1비트코인당 1200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폭락한 것도 비트코인 거래소의 연이은 해킹 사건으로 안전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9월 5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에 참여한 카드사가 많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초부터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잇따라 터져 금융권에 ‘보안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카카오페이의 서비스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 안전성 관련 신뢰가 생기지 않은 게 카드사의 참여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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