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이 기분 좋은 소식을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보도였다. 일본은 당시 엔화강세, 증시부진으로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 저임금을 무기로 일본의 경쟁력을 압도했고,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일본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10년, 이번엔 한국이 위험하다.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23.9%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위협하는 2위 국가는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 더구나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20.7%로 한국과의 격차가 3.2%에 불과하다. 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 국가인 홍콩(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의 14.4% 점유율을 포함할 경우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38.1%로 증가한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한국의 세계 1위 품목이 중국에 위협을 받고 있는 건 12개에 달한다. 문제는 중국과의 격차가 근소하다는 점이다. 점유율 면에서 30%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는 탱커ㆍ특수선ㆍ신호용 기기 부분품 등 3개 품목에 불과하다. 나머지 품목의 격차는 3%밖에 안 난다. 특히 섬유 부문에서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섬유품목은 합성스테이플섬유, 강력사 타이어코드 직물, 합성스테이플직물 등이다. 합성스테이플섬유와 합성스테이플직물은 겨우 2.6%, 3.4% 앞서 있어 언제 중국에 역전당할지 알 수 없다. 강력사 타이어코드 직물의 경우 14.7%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섬유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섬유 강국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의 맨 얼굴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시장점유율 1위에 연연하지 않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중국의 성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싸구려 짝퉁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중국이 시장점유율을 가파르게 높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기술력이 없다면 수출이 어려운 품목이다. 대륙의 공세를 ‘저가’로만 인식했다간 우리의 모든 수출효자품목이 힘을 잃을지 모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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