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권력 아닌 살아 있는 권력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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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경 객원기자
  • 호수 108
  • 승인 2014.09.1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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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면 아이폰6에 숨은 함의

▲ 필 쉴러 애플 마케팅 부사장이 9월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신제품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6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은 엄지손가락의 범위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잡스의 철학을 깬 스마트폰이다. 함의含意가 많다. 무엇보다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던 삼성전자와의 진검승부를 예고한다. 팀 쿡 애플 CEO의 ‘홀로서기’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흥미롭게도 이런 분위기는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에게 연결된다. 아이폰6의 성공여부에 따라 삼성의 위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9월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IT 업계가 당황했다. 잡스의 영혼을 파괴하는 아이폰6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디 앤자 대학 내 플린트 센터에서 4.7인치의 ‘아이폰6’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5.5인치 대화면 ‘아이폰6 플러스’도 공개했다. 이는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온 삼성전자와의 전면전이 본격 시작됐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2011년 삼성전자가 5인치 대화면과 S펜을 탑재한 ‘갤럭시노트4’를 출시하며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을 키워온 것과 달리 애플은 3.5~4인치 화면크기를 고집했다. 잡스가 ‘엄지손가락의 범위’를 벗어나는 스마트폰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고집은 잡스의 사후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6 플러스를 통해 그동안의 ‘철학’을 버리고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은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서둘러 진출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을 통한 미디어 사용이 크게 늘면서 대화면 스마트폰이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된 스마트폰의 51%가 4.5인치 이상의 대화면 스마트폰이었다. 이날 공개된 아이폰6는 4.7인치 화면에 해상도는 1334×750, 픽셀은 326ppi이며, 두께는 6.9㎜다. 아이폰6 플러스는 5.5인치 화면에 해상도는 풀HD인 1920×1080, 401ppi, 두께는 7.1㎜로 전작인 아이폰5S보다 얇다. 화면이 커지면서 가로모드를 지원하게 됐다.

무너진 잡스 철학

두 제품에는 애플이 설계한 A8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돼 있다. 64비트를 지원하고, 20㎚ 공정으로 제작돼 전작 대비 처리 속도와 그래픽 성능이 각각 25%, 50% 높아지는 등 성능이 개선됐다. 아울러 voLT E를 지원하기 때문에 LG유플러스에서도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출시가 가능해졌다. 가격은 2년 약정 기준 아이폰6는 16GB 199달러, 64GB 299달러, 128GB 399달러로 책정됐다. 아이폰6 플러스는 각각 299달러, 399달러, 499달러다.

애플이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애플의 브랜드와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해온 삼성전자의 위상에도 일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가뜩이나 샤오미 등 중국 저가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이중고’에 처할 위기다. 삼성전자가 지난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전세계 미디어 1500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언팩’ 행사를 갖고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를 동시에 공개한 것도 애플과의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갤럭시노트 엣지는 커브드 3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스마트폰 전면뿐만 아니라 우측 옆면까지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가을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판매될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 약화되고 있는 선두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직사각형 형태의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영국의 더 타임스는 “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평가했고, 영국의 가디언 역시 “그 어떤 경쟁사 스마트폰들과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미국의 CNBC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애플을 놀라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6가 시사하는 바는 또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후계자가 ‘진검승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쿡 애플 CEO가 대화면 스마트폰을 각각 발표하면서 이들의 리더십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이폰6는 팀쿡 CEO의 첫번째 작품이다. 팀쿡은 ‘스마트폰은 한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는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원칙을 버리고 4인치대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6를 선보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잡스의 그늘에 가려 온 팀쿡이 ‘팀쿡의 애플’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팀쿡은 지난 2011년 8월 애플의 CEO가 됐지만 잡스와 달리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잡스 색깔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팀쿡 vs 이재용 첫 승부

지난 5월 구글과 스마트폰 관련 특허전쟁을 끝냈고, 음향기기 제조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애플 역사상 최대 금액인 30억 달러(약 3조원)에 인수했다. 30년 전 앙숙이었던 IB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기업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업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 역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재 중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성장둔화로 실적악화를 겪고 있어, 이 부회장의 위기극복 리더십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5%가량을 책임지던 ITㆍ모바일(IM)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년전 수준인 4조원대에 그쳤다.

▲ 잡스의 철학을 깨버린 팀 쿡 CEO와 이건희 회장 부재 중 갤럭시노트4를 출시한 이재용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은 최근 경영 성과를 속속 일궈내며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애플과 치열한 소송을 벌이며 악화된 비즈니스 관계를 회복한 것은 이 부회장의 공이라는 평가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아이폰6와 아이폰7에 각각 D램과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AP공급을 재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미국 외 모든 지역에서 애플의 특허소송 철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실적악화 기조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며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가 실적회복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의 대화면 아이폰6 공개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두 회사의 공식 후계자 팀쿡과 이재용의 힘 겨루기도 관전포인트다. 대화면 아이폰6엔 수많은 함의가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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