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럼에도 국내경기는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그때의 모습이 2014년 지금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미 FRB는 통화를 끌어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2004년 데자뷰가 의미하는 건 뭘까.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의 비둘기적 색깔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통화확장정책을 고수하던 옐런 의장이 중립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기준금리를 당장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경기여건과 자산시장의 움직임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시기를 2015년 2분기로 예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추세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1994년과 2004년, 그리고 2013년 발생한 ‘버냉키 쇼크’를 감안할 때 신흥국을 향한 우려는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FRB의 금리가 적정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의 통화완화정책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신흥국의 부채상환 능력이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점도 우려를 약화시키고 있다.
국내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4년 하반기엔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를 둘러싸고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했고, 그 결과 금융지표가 꿈틀거렸다. 당시 한국의 국채금리(3년물)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금리(2년물)는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신호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2004년의 이런 상황은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원ㆍ엔 환율이 세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엔저 현상에도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의 강세가 전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저의 속도를 좌우하는 일본중앙은행(BOJ)이 양적완화 규모를 유지할 것이란 점에서 엔ㆍ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다면 200 4년 후반기와 같은 경기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2004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 투자전략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외부환경에 민감한 수출업종보다 경기부양 정책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내수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jyso30@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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