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vs 이헌재 ‘15년 전 그날’
김우중 vs 이헌재 ‘15년 전 그날’
  • 박용선 기자
  • 호수 106
  • 승인 2014.08.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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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Good & Bad

그룹 해체 이후 침묵하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입’을 열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집필한「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서다.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이헌재 전 금융위원장이 2012년 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와 배치되는 내용이 많다. 특히 대우해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15년 전 그날’을 살펴봤다.

대우해체는 실패한 정책

“대우자동차의 해체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한국경제가 3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회고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중 일부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경제대통령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신이 정부논리와 반대되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경제관료들과 충돌했고, 이게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 책에서 “DJ정부의 오류는 대우차를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가 입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GM은 대우차 덕분에 1위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했다”며 “대우차가 개발한 소형차를 이용해 중국이라는 거대 신흥시장에서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우차를 잘못 처리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는 “대우 해체에 따르는 비용은 한국 경제가 고스란히 부담했고, 투자 성과는 GM이 모두 가져갔다”며 “대우 해체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2012년 펴낸 회고록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서 이헌재 전 위원장은 “김 전 회장은 GM과의 전략적 제휴에 모든 걸 걸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애초부터 불가능한 협상이었고 대우차가 1998년 7월 협상을 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부터 ‘다급한 GM이 대우에 자동차 합작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정부측에 수차례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쟁이 기업인’으로 몰린 것은 경제관료들과의 충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IMF 프로그램에 따른 구조조정보단 ‘연간 무역흑자 500억달러 달성을 통한 IMF체제 조기탈출론’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서 관료들과 멀어졌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정부가 갑자기 수출이 나쁜 것처럼 얘기하면서 수출금융이 막혀 벌어진 일들을 대우 잘못으로 몰아붙였다”며 “의도가 있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그룹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획해체’ 됐다는 것이다.

불투명, 대우 몰락 이유

지금껏 대우그룹 해체의 원인과 과정은 이렇게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주도하던 경제정책 라인은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대우그룹을 한국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로 판단했다. 그래서 대우그룹 워크아웃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김우중 전 회장이 정부의 해법에 반발하며 알력을 빚다 해체수순을 밟았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으로 대표되는 당시 경제라인은 강도 높은 재벌개혁, 기업ㆍ은행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재벌 대마불사론’을 완전히 깨버렸다. 국가ㆍ은행ㆍ재벌의 긴밀한 연계로 효력을 발휘한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차입을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ㆍ합병(M&A)해 회생시키는 방식으로 세勢를 확장해온 대우그룹을 해체시킨 건 재벌개혁의 신호탄이었다. 실제로 대우그룹은 1998년 말부터 계열사 축소, 재무구조 개선 등 자구노력계획을 끊임없이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패망했다. 이 과정에서 이헌재 전 위원장은 “대우가 해외에서 차입한 현지금융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등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정부정책에 반발하던 김 전 회장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 전 위원장이 대우그룹 해체 직후인 1999년 12월 9일 전경련 오찬간담회에서 내뱉은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항간에 DJ정부가 반反재벌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그런 정책은 없다. 시장원리에 입각해 모든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켜볼 뿐이다. 대우사태는 기업회계 투명성 등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1998년 11월 김우중 전 회장에게 IR 활동의 일환으로 대우의 정확한 사정을 국내외에 하루빨리 알리도록 요청한 적이 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해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내용은 이 전 위원장이 2012년 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 일부 담겨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고록에 못내 편치 않았던 모양이다. 김 전 회장은 이번 회고록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의 「위기를 쏘다」에서 언급된 내용을 인용하며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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