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나비부인에 넋을 잃다
푸치니, 나비부인에 넋을 잃다
  • 김현정 체칠리아
  • 호수 105
  • 승인 2014.08.2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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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東方趣味의 경향을 나타낸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서양의 우월성이나 서양의 동양지배를 정당화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동양을 바라보는 서양의 고정되고 왜곡된 인식과 태도가 투영된 말이다. 그러나 동양이 그렇게 종속적 대륙이 아님을 보여준 작곡가가 있다. 푸치니(Puccini)다. 그는 나비부인의 원작에 매료돼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일본을 배경으로 오페라를 작곡한다.

▲ 푸치니는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일본을 배경으로 오페라를 작곡했다. 사진은 나비부인의 한 장면.[사진=뉴시스]
상상 속 주인공 나비부인의 움직임과 몸짓, 그리고 작은 표정에 매혹된 그는 일본문화와 민속음악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던 중 사다 야코(Sada Jacco)라는 연극배우의 공연을 실제로 관람하게 된다. 그녀의 특이하고 이국적인 목소리는 푸치니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이국적인 면을 그대로 전달하는 오페라의 스코어로 발전됐고 그 자체가 푸치니 자신의 작곡 스타일로 탄생했다. 그는 일본식 멜로디와 펜타토닉(Pentatonicㆍ5음계만을 사용하는 기법)의 음계 사용, 그리고 미신행위에 쓰였던 악기들을 도입해 자신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나비부인의 일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자주인공인 핑커톤(Pinkerton)은 이중적인 역할을 띠고 있다. 행동은 위선적이지만 나비부인에 대한 사랑은 간절하다. 이를 반영하듯 1막에서의 러브신은 낭만적으로 표현된다.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역할들은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됐을 때만 해도 완고한 관객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너무 길게 작곡된 오페라 탓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얼마 후인 1904년 5월 28일 이탈리아 브레샤(Brescia)에서 길이를 줄여 공연된 3막의 나비부인 공연에서는 똑같은 밀라노 관객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됐다. 1막에서 15세로 시작하는 여자주인공은 점차 여인으로, 어머니로 변한다. 또 자살을 할 때까지 드라마틱한 역할에 맡게 목소리와 성량을 바꿔야 한한다. 이는 노련한 성악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의무이자 특권이었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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