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남편을 팝니다’. 내용은 이렇다. ‘사정상 급매합니다. 예식장에서 구입했습니다. 구청에 정품 등록은 했지만 명의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아끼던 물건인데 이젠 유지비도 많이 들고 성격 장애로 급매합니다. 상태를 설명하자면 구입 당시 A급인 줄 착각해 구입했습니다. 마음이 바다 같은 줄 알았는데 잔소리가 심하고, 만족감도 떨어집니다. 음식물 소비는 동급의 두 배입니다. 하지만 외관은 아직 쓸 만합니다. 사용설명서는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읽어 봐도 도움이 안 됩니다. AS는 안 되고 변심에 의한 반품은 절대 안 됩니다. 사은품도 드립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입니다.’
이 글에서 아내는 ‘AS와 반품은 절대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매매목적물에 흠이 있더라도 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누군가 받아들여 매매계약이 성사됐다면 실제로 AS나 반품을 요구할 수 없는지 의문이다. 이는 민법의 담보책임 규정을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매매목적물에 하자(흠)가 있다는 것을 매수인이 아무런 과실過失 없이 몰랐다면, 매수인에게 하자 있는 목적물을 떠안도록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래서 민법은 목적물의 하자로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목적물의 하자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면 매수인은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라 한다. 그런데 당사자 사이에서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담보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을 했다면 이는 유효하다고 본다.
담보책임에 대한 이해를 위해 사례를 더 살펴보자. A씨는 모은행이 매각을 위임한 성업공사로부터 임야를 낙찰받았고, 낙찰일에 계약금을 지급했다. A씨는 임야를 목축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임야가 개발제한구역에 있었지만 허가를 받으면 목축지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매매계약 당시 그 임야가 공원예정지로 지정돼 있었고, 그 후 묘지공원으로 확정됐음을 뒤늦게 알았다. 공원예정지로 지정돼 있으면 묘지와 부대시설 외 시설을 만들 수 없다.

우리의 사례를 보자. 누군가가 매물 남편을 샀다면 ‘AS는 안 되고 변심에 의한 반품도 절대 안 된다’라는 말에 동의한 것이므로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AS나 반품을 요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요즘 남편들은 아내 마음에 들기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한다. 어찌 보면 인과응보일지 모른다. 남편이 오랜 세월 아내에게 잘못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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