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금융을 흔들었던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의 영향력이 수그러들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맞은 ‘기술적 디폴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만한 요소는 아직 남아 있다.
7월 31일 아르헨티나는 13년만에 다시 디폴트를 선언했다. 30일까지 이어진 미국계 헤지펀드 채권단과의 채무상환 협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지급 예정 기한을 넘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디폴트의 영향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아르헨티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두배 가까이 상승했고 주요 주가는 급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즉시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로 강등했고 페소화의 약세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디폴트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시장은 정상화됐다. 미국과 유럽증시는 실적 호조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효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과 VIX(공포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디폴트의 충격이 감소했거나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난 6월 미국 법원의 판결 이후 계속해서 우려감이 등장하며 디폴트 가능성이 예견됐다. 특히 이번 채무불이행이 경제 전체의 디폴트가 아닌 미국 헤지펀드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다. 소규모 디폴트인 만큼 아르헨티나 해결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아르헨티나의 경제규모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0.5%에 불과하다. 국내 경제에도 마찬가지다. 국내 수출에서 아르헨티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경제가 디폴트로 인한 침체를 겪더라도 국내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제한적일 전망이다. 셋째는 국제금융시장 익스포저(위험 노출도)에서 아르헨티나가 차지하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은행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익스포저는 2013년 말 기준 348억 달러다. 이는 주변국인 브라질 4163억 달러와 멕시코 3681억 달러, 칠레의 1143억 달러에 비해 크지 않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 28%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신용등급 추가 강등 우려에 따른 페소화 가치 하락, 경기 위축이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우려를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해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르헨티나 디폴트 문제가 관련 소송 증가로 장기화될 경우 계속해서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helloym@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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