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의 과제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안과 부동산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정책효과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경제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썩은 새끼로 호랑이를 잡을 순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으로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2기 경제팀은 강한 내수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적 저성장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식 장기 불황의 언급은 금기시됐다. 하지만 어떤 문제나 그렇듯 현실을 인정할 때 보다 빨리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경제의 문제를 ‘대외변수’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미국의 경기침체 때문에, 유로존의 재정위기 때문에, 중국의 경착륙 위험 때문에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진단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점차 회복되고 있고 선진국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기불황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넘어설 수 있는 해답을 모색하려는 최경환 부총리의 행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투자 부진으로 성장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5%를 넘나들던 잠재성장률이 3% 내외로 급속하게 떨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에 비해 뚜렷한 경기부양정책을 쓰지 않는 것도 한국경제의 문제다. 세계 선진국 중에서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이론적인 정책금리보다 높은 기준금리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ㆍ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급격하게 떨어진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지만 일본 기업이 1990년대부터 현금을 GDP 대비 30% 이상 쌓으면서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보유가 안정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성장성은 훼손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잉 현금에 대한 과세가 기업의 고정투자를 증가시키고 주가상승을 통한 가계의 소득을 향상하는 방법이라면, 부동산 시장의 규제완화는 주택가격을 올리고 건설경기 회복을 유도하는 방안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10% 높일 경우 주택가격은 0.7% 상승한다. 이에 따라 현재 검토되고 있는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 완화책에는 결국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부추겨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고 위축된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속내가 내포돼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은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유현금에 과세를 해도 기업이 이 돈을 해외투자에 써버리면 성장성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은 전ㆍ월세 가격의 상승도 동반하게 마련이다. 가계가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면 내수진작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득 증가와 경제활동 기간의 연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현재 4%에 불과한 가계 순저축률로는 가처분소득대비 160%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양정책만으론 한국경제 못 살려
셰일가스와 같은 대체 에너지 생산이 쉽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성 제고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최 부총리가 지식경제부 장관 재직 시절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반대하고 스마트그리드 육성이나 원전수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낙후한 서비스사업의 육성도 필요하다. 국내 GDP 대비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부가가치는 58%에 불과하다. 이는 선진국은 물론 비슷한 소득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고용유발 효과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라도 서비스업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2분기 국내 GDP는 전년 대비 3.7% 정도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성장성을 끌어올리지 않는 한 한국경제나 금융시장의 재평가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게다가 선진국의 초저금리로 시작된 ‘버블 권하는 사회’가 경기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에게도 전염될 잠재적 위험까지 존재한다.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장기플랜이 필요한 때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jyso30@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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