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다고 먼지가 나서야…
턴다고 먼지가 나서야…
  •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 호수 103
  • 승인 2014.08.0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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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신의 CEO Story

▲ 평판은 앞으로의 행돌으로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사진=뉴시스]
외국대학을 졸업하고 25년간 경력을 쌓은 A씨. M기업 영업 본부장급 인력으로 딱이다. 그런데 아뿔싸. 이력을 살펴보니 3~4년 꼴로 회사를 옮겼다. 알고 보니 실적이 좋지 않아 권고사직 당하기 일쑤였다. 평판조회로 스펙 뒤에 감춰진 진짜 스토리를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 검증은 개인의 시선과 잣대가 모여 이룬다. 직장인이여 평판을 관리하라.

최근 정부의 2기 내각을 위한 국회 인상청문회가 열렸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국민이 주시하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자가 적합한 업무능력과 자질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인사청문회가 본격 도입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0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선발하고 검증하는 것이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민이 먼저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내 검증한다. 이렇다 보니 종종 후보자가 청문회에 참석하기도 전에 낙마하기도 한다.

검증은 비단 총리나 장관후보자만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직장인도 고위공직자 못지않은 다양한 검증을 거친다. 직장인은 대게 ‘평판조회’를 거치는데 이를 통해 쌓은 경력과 과거, 현재를 검증받는다.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제도이지만 국내에서는 역사가 짧다. 그럼에도 대기업부터 중견ㆍ중소기업까지 임원급에서 신입사원 채용까지 적용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M사에서 식품부문을 책임질 영업 본부장급 인력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외국계기업과 연계해 업무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능력은 필수였고, 글로벌 감각과 조직운영 경험을 갖춘 유통전문가여야 했다. 몇 개의 이력서 중 눈에 확 들어오는 후보자가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에서 CEO를 여러 차례 역임한 인재였다. 외국대학을 졸업했고, 경력도 탄탄했다. 소위 말하는 ‘스펙’ 좋은 사람이었지만 단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총 근무기간 25년 중 3~4년꼴에 한 번씩 이직한 것이다.

경력을 보면 적격자였지만 이직이 잦아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해서 평판조회를 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새로운 직장에 입사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좋지 않은 실적으로 문제를 겪곤 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이 안 되거나 권고사직을 당하기 일쑤였다. 겉으로 드러난 스펙 덕분에 항상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지만 실제 경영능력은 부족했던 것이다. 평판조회로 숨었던 사실을 검증한 순간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개 공직자 후보의 걸림돌은 뇌물수수, 위장전입,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이다. 우리나라는 후보자의 도덕성을 중시하는데 인사청문회는 종종 ‘대국민 고해성사’ 장으로 바뀐다. 직장인 평판조회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의 발목을 잡은 3대 걸림돌은 금전적 비리, 성희롱 혹은 폭력, 학력 혹은 경력 위조 문제다. 이외에도 상사나 동료, 부하 직원 사이에서 ‘같이 일하면 절대 안 될 사람’이라고 낙인찍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스티브 잡스는 “앞으로 할 행동으로 평판을 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직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지금부터 평판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차근차근 준비해보자. 10~20년 전에는 관행으로 여겼던 일이 지금에 와서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평판관리는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든 임원을 꿈꾸는 직장인이든 평생 중시해야 하는 과업課業이다. 설령 이미 CEO나 임원에 올랐다고 해도 평판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그 자리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검증은 개인의 시선과 잣대가 모여 이룬다. 모든 사람의 기준에 맞출 수는 없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주의하면서 꾸준히 평판을 관리하고 검증에 대비한다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직장인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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