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바람’ 사라진 브라질

2014년도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은 개최일인 6월 13일 전부터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월드컵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증시는 올해 3월 21일부터 7월 3일까지 19% 상승했다. 월드컵 특수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브라질 펀드들의 수익률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때문에 이런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브라질은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7대 0으로, 4강전에서 네덜란드에 3대 0으로 대패했다. 중요한 건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브라질 증시도 브라질 축구처럼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6월 26일(현지시간) 분기별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였던 2%를 하회하는 수치다. 올해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도 기존 6.1%에서 6.4%로 높였다. 정부의 목표치인 6.5%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앙은행은 적어도 2015년 중순까지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연료비ㆍ전기세ㆍ버스비 등의 공공요금 인상률도 기존 5.1%에서 평균 5.5%로 상승했다. 브라질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와 흥행, 브라질 증시의 상승에도 브라질 국민의 월드컵 지지율이 낮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라질 국민은 2012년부터 높은 물가에 힘들어했다. 때문에 공공서비스의 개선을 원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오히려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월드컵에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이번 월드컵에 12조8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고, 이 중 적지 않은 공적자금이 사용됐다. 월드컵을 앞두고, 빈부격차 감소와 빈곤 계층을 위한 인프라 증가를 주장하는 월드컵 반대시위가 발생한 까닭이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축제’의 이미지 뒤에 가린 비하인드 스토리도 부각됐다. 이런 상황들이 브라질 증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브라질 국채 금리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9차례 연속 인상된 기준금리(현재 11%)도 이제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으로 인해 현지 통화의 수요가 늘면서 헤알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원화강세로 인해 헤알화 절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헤알화의 일시적 강세를 이용한 브라질 국채 매도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드컵을 겨냥해 상반기에 집중됐던 고정자산투자가 감소할 수 있고, 월드컵 이후의 투자 부진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브라질에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는 끝나가는 축제를 잘 마무리 지을 때로 보인다.
이성환 한화투자증권 올림픽지점 PB sunghwan.lee@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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