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IT 생태계 현주소
콘텐트 시장은 게임으로 쏠렸고, 유통 채널은 카카오가 장악했다.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독점했다. IT강국인 대한민국이 애용하는 플랫폼이 특정 서비스나 기업에 치우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서비스가 자유롭게 경쟁해야 형성하는 생태계에 쥐약이다. IT강국의 씁쓸한 현주소를 살펴봤다.

문제는 국내 시장의 경우 게임의 비중이 지나치다는 거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게임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국내 모바일 앱 게임의 비중은 21.6%로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인구 대비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게임 의존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으면서 결제가 꾸준히 이뤄지는 콘텐트가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투자나 지원도 게임에 쏠린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올 3월 투자한 5개의 업체 중 4곳이 게임업체였다. NHN엔터테인먼트와 네오위즈게임즈는 각각 2000억원, 500억원을 투자해 모바일 게임업체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시장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일수록 이런 현상은 극명하게 나타난다. 시장조사기관 로컬리틱스의 자료를 살펴보면 앱 시간차와 사용자의 앱 유지율 간의 상관관계가 카테고리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전체의 84.3%가 평균적으로 앱 설치 후 7일이 지나면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그중 엔터테인먼트 73.6%, 게임 71.2%로 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의 콘텐트일수록 수치가 높았다. 반면 뉴스, 건강 관련 생활 모바일 앱은 각각 58.9%, 61.4%로 조사됐다.
건강한 생태계 형성하는 데 치명적
이는 일부 특정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 모바일 게임을 유통하는 채널이 ‘카카오 게임하기’로 획일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앱을 유통하는 채널도 특정 기업에 종속된 것이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하기 론칭 후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 5월 기준으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랭킹에서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 이상을 기록한 무료게임 중 상위 10위에 한번이라도 등재된 게임 비중은 66%에 달한다. 모두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유통됐다. 덕분에 애니팡, 다함께 차차차, 윈드러너, 몬스터 길들이기, 쿠키런 등이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93%나 된다.

반면 앱 내 결제는 20.4%를 기록했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영향으로 아이템을 구입하는 행태를 고려하면 앱 내 결제가 성장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앱 내 결제 비율은 2011년 20.8%에서 지난해 20.4%로 감소했다. 게임이 국내 콘텐트 시장을, 카카오가 국내 유통채널을 독점했다면 안드로이드는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이 역시 다른 나라보다 국내 시장의 정도가 심하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국가별로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56.0%, 일본 59.0%인데 비해 한국은 93.5%에 이른다. 앱개발사 개발자는 “일부 앱의 경우 아예 iOS용으로 출시하지 않을 정도로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iOS 우선 정책을 펴는 해외 개발자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해외의 개발자 중 안드로이드 우선 정책을 펴는 개발자는 27%에 불과하다. 반면 iOS를 우선 개발하는 개발자는 35.0%에 이른다. 이유가 있다. 모바일 앱 수익 비중이 안드로이드(30.07%)보다 iOS(52.1%)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알짜배기는 iOS라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앱마켓 매출을 살펴보면 구글 플레이스토의 비중이 49.1%로 가장 높지만, 수익은 분산돼 있다. 그중 12.4%가 이동통신사, 제조사, 대형포털사 등에서 운영하는 독립 스토어에서 발생한다. 이러니 iOS의 수익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거다.
서비스와 생태계 동반성장 이뤄야
공교롭게도 특정 서비스나 분야에 치우친 현상은 국내 시장에서만 볼 수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디지털 콘텐트 소비 파워를 보유한 한국의 이면인 셈이다. 콘텐트 지출이 적극적인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특정 서비스와 카테고리를 제외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게 IT강국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것이다. 이는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치명적이다. 생태계를 이루는 근간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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