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관련법 실효성 있나

올초에 드러난 ‘염전노예’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장애인 2명이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임금도 못 받은 채 노예생활을 하다 경찰에 의해 구출돼서다. 마을주민들이 염전업자와 결탁해 이들의 탈출까지 막아 더 큰 충격을 줬다. 이를 계기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올 5월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피해장애인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일명 염전노예 방지법)’을 발의했다. 장애인 인권침해 사실을 누구든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사회복지전담 공무원ㆍ구급대 대원ㆍ의료인ㆍ장애인 복지시설의 장과 종사자에게는 신고를 의무화한 게 골자다. 2011년 영화 ‘도가니’에 이어 장애인들의 인권유린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라 법이 정비된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법안 제출이 아니다. 조속한 법안통과와 시행, 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을 수정하는 게 급선무다. 영화 ‘도가니’ 이후 어떤 법안들이 만들어졌고, 과연 실효성 있게 적용되고 있을까.
‘도가니’를 계기로 만들어진 법안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년 10월 개정)’과 ‘사회복지사업법(2011년 12월 개정)’ 두가지다. 하지만 두 법안은 현재 법적용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폭력특례법은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했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구형할 수 있도록 하고,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장애인 시설 종사자의 성폭력 사건 대해선 가중 처벌도 가능하다.
법 개정 효과는 상당했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 신고 건수는 2008년 237명에서 2012년 694명으로 2.9배가 됐다. 하지만 기소율은 41.6%로 전체 성폭력범죄 기소율(42.9%)보다 낮다. 피해 장애인의 진술로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동 피해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지체장애인에게 일관된 진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일반인과 똑같은 잣대로 수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사업법도 문제가 있다. ‘외부추천이사제’를 도입해 장애인 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지만, 시설 법인들이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고 있어서다. 장애인 인권단체에 따르면 상당수 법인이 법 시행 전 입맛에 맞는 이사를 충원하고 임기를 인위적으로 늘렸다. 임기가 끝나면 일괄 사퇴 후 다음날 재취임하기도 한다.
올 4월 19대 국회 ‘제1호 법안’ 발달장애인법이 2012년에 발의돼 2년 만에 겨우 통과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 지원 시스템 구축이 골자다. 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법안이 통과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법안 통과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기존 법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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