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냄비 아닌 뚝배기에 담아라
계란을 냄비 아닌 뚝배기에 담아라
  •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 호수 101
  • 승인 2014.07.18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스권 장세 펀드투자법

▲ 유행을 타지 않는 펀드는 시장 변동성이 적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유행을 좇는 펀드에 투자할 땐 ‘잘 치고 잘 빠져야’ 한다. ‘어설프게 치고 빠지면’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그만큼 유행을 쫓는 투자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변동폭이 크지 않은 박스권 장세에선 더욱 그렇다. 이럴 땐 진득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 뚝배기처럼 말이다. 배당주펀드를 비롯한 정석펀드에 주목하라는 거다.

펀드의 핵심은 언제나 똑같다. ‘어디다 투자해야 좋을까’라는 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금이 많이 몰리는 곳이 가장 좋다. 문제는 대부분의 펀드가 시기를 탄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개미투자자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럴 땐 유행을 타지 않는 펀드를 기초에 깔고, 유행펀드를 전술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유행을 타지 않는 펀드에는 투자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석은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다.

최근 3년 동안의 코스피 변화를 보자. 2011년까지와 달리 2012~2013년에는 변동성이 거의 없다. 박스권 장세라는 얘기다. 올해 들어선 1900포인트와 2000포인트 사이만 맴돌며 변동성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에 적용되던 이론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 변동성이 있어야 수익성을 얘기할 수 있는데, 변동성이 없으니 할 말이 없는 거다. 최근 장세가 1950포인트를 중심으로 상하 50포인트가 오르내린다는 말인데, 이래서는 수익이 기껏해야 2~3%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에 매수를 해서 높은 가격에 환매를 가능해야 하는 적립식 펀드도 의미를 잃는다.

유행펀드는 곧 ‘냄비펀드’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면 시장에서는 두가지 펀드투자 방향이 나온다. 첫째는 단타 투자전략이다. 실제로 박스권 장세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펀드들이 꽤 많다. 언론에서는 롱쇼트펀드나 럭셔리펀드, 레버리지펀드나 브릭스펀드, 일본펀드나 그룹주펀드 같은 게 박스장의 대안인 양 떠들어댔다. 오래된 일도 아니다. 바로 최근 6개월, 1년 사이에 화제를 몰고 다닌 펀드들이다. 이 펀드들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인 롱쇼트펀드는 박스권 시장의 작은 변동성을 쫓아 인기를 끌었다. 언론도 인기에 일조했다. 올초까지 박스권 장세에서 시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으로 롱쇼트펀드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보자. “롱쇼트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조4000억원이 몰리며 박스권의 대표 펀드로 부상했다. 올해도 쾌조의 성과를 올리며, 시중 자금을 계속 흡수하고 있다.” 롱쇼트펀드 찬양 일변도다.

하지만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롱쇼트펀드 53개의 수익률과 자금 유ㆍ출입을 분석한 결과 롱쇼트펀드 유입자금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2월과 3월엔 각각 4400억원, 1618억원이 유입됐지만 4월엔 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불과 두달이 지나지 않아 미운 오리새끼가 된 셈이다. 일본펀드도 그렇다.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뜨기 시작한 일본경제는 주식시장을 올린 주요 이슈였다. 일본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30~4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마이너스 결과를 보이며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빨리 달아올랐다가 빨리 식는 ‘냄비펀드’라는 얘기다. 럭셔리펀드, 레버리지펀드, 그룹주펀드도 마찬가지다.

물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예측하는 펀드들이 갖는 장점도 있다. 수익률이 높다는 거다. 하지만 그런 장점은 정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일반 개미투자자들에겐 그렇지 않다. 특히 개별 맞춤 투자서비스를 받으며 흐름을 지속적으로 쫓아가는 경우는 성공가능성이 크지만, 투자한 후 무관심하게 묵혀두는 투자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더구나 금융사가 눈에 보이는 수익률을 가지고 고객을 설득할 때는 이미 투자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최대의 수혜자는 고객이 아니라 금융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박스권에서 나오는 또 하나의 펀드 유형은 애초부터 변동성에 의지하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들이다. 배당주펀드, 하이일드펀드, SOC펀드, 중소형주펀드, 가치주펀드가 대표적이다. 가치주펀드를 제외하면 연간 30~40%의 수익률을 내는 펀드가 없다. 꾸준하게 변동성을 비껴가면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펀드들이다. 사실 이런 펀드들이 저성장 시대의 효자 펀드다. 대표적인 게 배당주 펀드다. 최근 3년간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 배당주펀드가 실망스럽다는 뉴스는 나온 적이 없다. 주식시장의 변화에 따르기는 하지만 변동폭이 코스피보다 작아 배당이 장점으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성장형펀드, 인덱스펀드 등 거의 모든 유형의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올 때도 배당주 펀드만은 예외였다. 최근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정적 투자를 추구하는 배당주펀드가 주식형펀드보다 높은 수익을 올려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배당주펀드는 2002년 첫선을 보인 후 누적수익률에서 주식형펀드와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성과를 보였다. 2002~2009년 수익률을 보면 코스피보다 111.37%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는 코스피보다 34.21% 높았다. 꾸준히 인정받는 펀드라는 얘기다.

박스권의 기초는 뚝배기펀드

가치주펀드는 저평가된 우량주를 찾아 장기 보유하는 게 특징이다. 때문에 배당주와는 조금 다르지만 장기적인 기다림이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가치주의 투자철학과 수익률은 이미 국내외에서 검증을 받았다. 투자의 정석을 따르기 때문에 실망할 일도 없다. 실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만 받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더구나 가치주펀드는 중소형주뿐만 아니라 대형주로 편입대상을 넓히고, 쌀 때 사둔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실현하면서 탄탄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유행펀드와 정석펀드는 지금도 계속 뉴스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펀드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얼마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식이다. 어떤 펀드를 쫓아가야 할까. 최근 1년간 펀드시장을 돌아보면 답은 나온다. 유행을 따르는 펀드들은 단기간 눈에 보이는 수익률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짧은 시간에 돈을 불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때다. 냄비펀드의 뜨거움이 사라지면 뚝배기 같은 정석펀드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시간을 갖고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정석펀드가 포트폴리오의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양념으로 투자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유행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화끈함도 없이 기다리기만 한다면 투자의 세계는 지루하다. 다만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때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흔들 정도가 되면 안 된다. 대략 5% 선에서 1~2개의 유행펀드를 집어넣는 게 바람직하다. 정석펀드를 기본으로 하는 전략을 중심으로 유행펀드를 배분하면 펀드 투자에서 즐거움도 얻고,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